남미가 원산지인 옥수수는 고대 마야와 아스텍인의 주식이었다. 마야 사람들은 창조주가 자신들을 옥수수로 만들었다고 믿었고, ‘신 중의 신’ 훈 후나푸가 죽어서 옥수수로 부활했다고 믿었다. 마야 사람들에게 옥수수는 그야말로 ‘신의 작물’이었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유럽에 전했고, 16세기쯤 중국에 전해졌으며 우리나라는 중국을 거쳐 거의 같은 16세기에 전해진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 사람들은 ‘위수수’라 불렀는데, 한문 그대로 우리 발음으로 읽은 게 ‘옥수수’다.
▷‘신의 작물’ 옥수수는 우리나라에 와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다산 정약용은 ‘경세유표(經世遺表)’에 17가지 곡식을 좋은 것 순서대로 소개하고 있다. 이중 옥수수는 16번째로 밀렸다. 맨 꼴찌는 율무였다. 당시 실학자들은 백성들의 기근을 해결할 곡식을 찾았다. 단 한 알 씨앗에서 수백 배 얻을 게 엄청난 옥수수를 푸대접한 부분은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추사 김정희의 ‘완당집(阮堂集)’에도 70세 노인이 옥수수로 끼니를 잇는다는 말을 듣고 망연자실해 하는 장면이 있다.
▷하지만 지금 50대 장년이라면 학교에서 나눠주던 옥수수 빵을 얻으려 애쓰던 기억이 있을 것이고, 헌 고무신과 강냉이를 바꿨을 때의 기분을 기억할 거다. 옥수수 100g에는 탄수화물 23g과 단백질 3.8g이 들어있다. 지방은 0.5g에 불과해 다이어트하는 사람에겐 제격이다. 특히 씨눈에는 질 좋은 불포화지방산이 많고 나이든 사람에게 좋다는 비타민 E, 즉 토코페롤이 풍부해 성인병 예방과 노화방지에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옥수수 수염은 V라인을 만들어 준다 하고.
▷옥수수가 제철이다. 옥천에 수안보에 아산에, 충청 땅 곳곳에서 옥수수 축제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위장을 편하게 하고 잠을 잘 자게 하는 트립파톤이 들어있다는데 입맛 없고 열대야에 시달리는 요즘 딱 좋은 먹거리라 하겠다. 주의할 것 하나. 산지에 가서 삶은 옥수수를 먹어보고 너무 맛이 있어 구입했는데 집에 와서 삶아 보면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아내의 솜씨를 탓하지 마라. 왜냐, 옥수수는 호흡이 활발해 몇 시간만 지나도 당도가 뚝 떨어진다. 아내의 잘못이 결코 아니다.
안순택 <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