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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권력(權力)을 장악하고 마음대로 행한다

“진정한 헌신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초개와 같이 버릴 수 있는 그런 정치인, 아마도 우리의 희망 사항이라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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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8.04 17:24
  • 기자명 By. 이강부 기자
▲ 이 강 부 아산주재·국장

고하재심(高下在心)은 원래는 상황에 맞추어 타당한 방법을 채용한다는 뜻이었는데 대권을 장악하고 마음대로 행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 왕찬전(王粲傳)과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서 볼 수 있다.

동한(東漢) 초 광무제(光武帝) 유수(劉秀)는 권력을 집중하기 위해 조정에 여섯 사람의 상서(尙書)를 두어 전국의 정사(政事)를 나누어 관장하게 하고 궁 내에는 중상시(中常侍) 소황문(小黃門) 중황문(中黃門) 등 많은 환관들을 두어 황제의 조서(詔書)를 전달하고 상서들이 보내온 문서를 열람하게 했다. 환관들은 내정관(內廷官)이었으므로 원칙적으로 정사(政事)에는 간섭할 수 없었지만 황제의 측근에 있었기 때문에 매우 쉽게 황제의 신임을 얻을 수 있었다.

화제(和帝) 때는 황실의 외척인 대장군 두헌(竇憲)이 정권을 장악하자 화제는 이에 불만을 품고 환관 정중(鄭衆)과 함께 두헌을 제거하려고 하자 두헌은 자살했고 이 공로로 정중은 제후에 봉해졌으며 이때부터 환관들이 조정의 일에 참여하게 됐다.

하진(何進)은 백정 출신이었는데 자신의 누이가 한 나라 영제(靈帝)의 황후라는 것 때문에 권세가 점점 커지고 대장군에 임명됐다. 영제가 죽자 그는 소제(少帝)를 세우고 조정의 모든 일을 마음대로 처리해 환관들과 심각한 대립을 야기했다. 하진은 환관 세력을 제거하려 했으나 누이인 하태후(何太后)가 동의하지 않자 다른 사람들과 비밀리에 상의해 동탁(董卓) 등 지방에 있던 장군들을 낙양으로 불러 하태후를 협박해 환관들을 제거할 계획을 세웠다.

하진의 수하에서 문서를 관리하고 사무를 보던 진림(陳琳)이라는 주부(主簿)가 있었는데, 진림은 하진의 속셈을 알고 그에게 ‘장군께서는 황제의 권위와 병권을 가지고 있으시며 마치 용마가 고개를 들고 걷는 듯하며 호랑이처럼 위엄 있게 걸으시니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실 수(今將軍皇戚, 握兵要, 龍?虎步, 高下在心) 있는데 동탁 등을 낙양으로 불러 환관들을 제거하시려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만약 각 지역의 병마(兵馬)들이 낙양으로 집결한다면 상호간의 다툼이 발생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천하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진은 진림의 말에도 불구하고 동탁 등에게 군대를 이끌고 도읍으로 오라고 하자 이러한 정보를 몰래 전해 받은 환관들이 선제 공격을 해 하진은 피살되고 말았다. 사례교위(司례校尉) 원소(袁紹)는 군대를 일으켜 환관 2000여명을 죽였으며 동탁은 군대를 이끌고 도읍으로 들어와 하태후를 죽이고 소제를 폐위하고 헌제(獻帝)를 옹립하고 자신은 스스로 태사(太師)가 돼 조정의 대권을 마음대로 휘둘렀다.

민선자치 이후 대부분의 선출직 기초자치단체장들의 염두는 재선을 향한 행보의 일환으로 자신의 공약 실천과 지역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정책들이 마치 봇물 쏟아지듯 내놓고 있으며 일부는 주민을 위한 공조직을 인사권을 남용하며 마치 사조직처럼 운영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지적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종 정책에서 인사조직까지 원활한 시정 업무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단체장의 차기 선거를 위한 실질적인 사전선거운동을 위한 조직으로 변하고 있음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공직 사회는 인사권을 쥐고 있는 자치단체장에게 반기를 들거나 충실한 주구(走狗)로 충성을 다하지 않을 땐 인사권을 남용해 보직을 주지 않거나 한직으로 밀리며 좌천당하기 때문에 자신의 안위를 위해 줄서기와 충견(忠犬)으로 변하며 공복임을 망각하고 권력에 편승해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꼴이란 실로 꼴불견이다.

더욱이 옳지 못한 단체장의 행보와 집행부를 견제 감독하기 위해 설치된 기초의회도 이에 편승해 못 본 척 외면하거나 합세해 표밭(?) 관리에 충실하는 그런 위인들은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쉽지만 진정한 헌신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초개와 같이 버릴 수 있는 그런 정치인, 아마도 우리의 희망 사항이라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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