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이재무
무딘 조선낫 들고
엄니 누워 계신
종산에 간다
웃자란 머리
손톱 발톱 깎아드리니
엄니 그놈 참
서러운 서른 넘어서야
철 제법 들었노라고
무덤 옆
갈참나무 시켜
웃음 서너 장
발등에 떨구신다
서산 노을도
비탈의 황토
더욱 붉게 물들이며
오냐 그렇다고
고개 끄덕이시고~
시평) 다들 벌초는 다녀오셨는지요? 명절 전에 조상님께 인사도 드리고 또 웃자란 잡초도 깨끗하게 깎아드리는 벌초. 가만 생각해보면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자손들 한 자리에 불러 모아 고된 노동 끝에 가족의 정을 키워가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은데요. 제가 아는 어떤 분은 벌초 갔다가 모기를 너무 많이 물려서 온몸이 부풀어 올랐어요. 벌과 모기가 물어도 묵묵히 벌초를 감행했겠지요. 조상님 보시기에 참 기특하다 하셨을 겁니다.(조용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