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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잡으러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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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8.08.06 18:32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계산대에서 머뭇거리는 나를 직원이 의아하게 쳐다본다.

“저, 거스름돈은 안줍니까?”

“아, 손님. 이번에 커트값이 만원으로 올랐어요.”

“예? 아, 그렇군요.”

난 무슨 죄나 지은 것처럼 얼굴이 달아올라 슬그머니 문을 열고 나왔다. 생각해보니 내가 무안할 일이 아니었다. 잘못은 예고도 없이 가격을 올린 미용실 측이 아닌가. 이래저래 이발 후의 상큼함 대신 찜찜한 기분으로 폭염 속을 걸어왔다.

팔천원에서 만원을 받으면 25%를 올린 셈이다. 7월 충남의 물가지수가 6.5% 상승했으니 그보다 거의 4배나 더 받는 셈이다. 한 마디로 물가폭탄이다.

어차피 이천원에 체면을 구겼으니 좀더 따져보자. 커트는 미용사의 손에 의해 이뤄진다. 원가 상승 요인이 거의 없는 셈이다. 원유값이 폭등했으니 택시나 버스, 트럭의 운임값이 상승한다는 것은 이해가 간다. 파머를 했다면 파머액이 올라 그렇다쳐도 커트값은 가격상승 추세에 슬쩍 무임승차한 얄미운 상술 아닌가? 그것도 25%라니!
물가폭등에 일자리는 줄어들고 영세 자영업자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서울보다 지방의 물가상승률이 높아 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의 평균 물가상승률은 5.9%였지만 서울은 5%였고 제주, 강원, 경북은 7%대에 올라섰다. 강릉은 7.6%로 최고를 기록했다. 그나마 대전은 6%, 충남은 6.5%로 조금은 나은 형편이다.

단순한 숫자로만 따질 일은 아니겠지만 물가가 오를수록 내수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오른 물가만큼 지갑에서 돈은 빠져나가는 셈이니 개인 경제도 어려워진다.

장사하는 사람마다 아우성이다. 주부들은 시장 보기가 겁난다고 한다. 4개월 연속 외채는 줄어들고 외국인 투자자는 빠져나가고 있다. 9월 외환위기설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경제 전문가들에 의하면 내수회복이 시급하다고 한다. 그러나 있는 사람들은 외국으로 나가고, 없는 사람들은 가벼워진 지갑을 아예 잠그고 있다.

단지 원유값이나 세계경제 동향만 해바라기할 것인가. IMF 때 금을 모았던 국민의 단합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무엇보다 물가의 바짓가랑이라도 단단히 붙잡아야 한다.

한 식당에 갔더니 반찬 가짓수가 대충 스물이 넘어 보인다. 웬 반찬이 이리 많으냐고 했더니 사장이 요즘은 소태맛으로 산다고 하소연한다. 재료값은 올랐는데 반찬수를 줄이면 그나마 오던 손님이 안 오고, 그렇다고 값을 올릴 수도 없다는 것이다. 반찬수를 줄이면 가격인상 요인을 흡수할 것이 아닌가? 실상 반찬의 태반은 그냥 남긴다. 소비자들의 지혜가 필요할 때다.

상승 요인에 비해 가격을 많이 올린 업종이나 상품은 이용이나 구매를 자제하여 압박을 가할 필요도 있다. 소비자 단체에서는 그 도시의 업종별 상품별로 세분화된 물가동향을 발표해 힘을 보태는 한편 국내 소비를 적극 권장해야 한다.

외국여행에 드는 수백만원은 영세업자 몇을 살릴 수 있다. 어렵더라도 십시일반의 심정으로 모두 내수진작에 나서자. 또다시 IMF와 같은 위기를 겪을 수는 없지 않은가.

친절하고 커피맛도 좋은 그 미용실을 커트값을 내리기 전까지는 찾지 않을 작정이다. 대신 값이 오르지 않은 허름한 동네 미용실을 알아볼 것이다. 그마저 없다면 머리를 좀더 늦게 깎을 것이다. 내 조그만 반란(?)을 그 미용실 사장님(사적인 감정은 정말 없다)은 모르겠지만 이런 일이 물가를 붙잡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우진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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