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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옥상조경을 없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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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11.13 18:5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유 병 우 (주)씨엔유건축사사무소 대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주변을 보다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하여 시행하는 건축법 시행령의 ‘대지안의 조경’에 따라서 주거지역에 건물을 지을 때 반드시 나무를 심어야 준공검사를 필할 수 있다.

녹지지역이거나 공장을 지을 때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규정된 건축조례에 따라서 나무를 심는데, 대지 면적이 모자라 지상에 식재 못하는 부득이한 경우에는 옥상에도 조경을 할 수 있게 되어있다.

금세기 들어서 현대건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프랑스의 위대한 건축가 르 꼬르뷰제(Le Corbusier/1887~ 1965)가 1931년경 파리의 인근 포아시 언덕에 ‘사보아 주택’을 지으면서 모두 경사지붕뿐이던 당시에 구조적인 문제를 과감히 탈피하면서 평면의 슬래브 지붕을 계획하고, 처음으로 옥상정원을 설치하여 찬사를 받으며 등장했다.

그래서 목조 지붕틀을 걷어내고 평지붕에 만든 옥상 정원(Le Toit-Terrasse)은 '현대건축의 5원칙'에도 분명히 들어간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주택용 대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나라에서는 절실할 정도로 필요한 문제이고, 좁은 마당보다 넓은 옥상에 장독대도 함께 설치하여 놓으면 효용성이 높아 대중화되었다. 그런데 옥상정원의 설치에는 반드시 수반되는 것이 완벽한 방수와 구조적인 문제가 안전하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나무는 수고(樹高)에 따라 교목과 관목으로 크게 구분한다. 줄기가 곧고 굵으며 높이 자라는 나무를 교목, 이와 반대로 일반적으로 성인의 키보다 작은 나무를 관목이라고 한다.

그런데 옥상 조경을 하면서 규정 때문에 교목을 심어 놓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나무의 뿌리는 지상에 노출된 그 이상 자라기 마련인데 불과 1m 미만으로 조성된 대지에서 어찌 될 것인지는 뻔하다. 조례상에 화단을 만들 때 에는 90cm이상 성토하게 되어있는데, 이 규정에 따라 난간대를 따라 정원을 외벽에 설치하면 마치 계단을 만들어 주는 격이 되어 그곳에 잘못 오르면 추락할 위험이 있다.

그래도 꼭 필요하다면 옥상에는 외벽을 피하여 정원을 설치하고 관목만 심게 하여야 한다. 기존의 옥상정원에 있는 교목은 높이가 더 자라기전에 철수하도록 조치를 하는 것이 건물과 건축주에게 안전하다. 나가서 이제는 대지안의 조경은 건물주 스스로가 집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심는 여유가 생겼을테니 강제 조항이 폐기되었으면 좋겠다.

어릴 때부터 봄이 오면 식목일에는 산으로 올라 나무를 심던 버릇이 평생 가는지, 대다수 국민들은 나무 심기를 애국의 길이라 생각하고 실천한다.

나도 30년 전에 주택을 설계하면서 성탄절 트리 장식을 해주겠다고 앞 정원에 무심코 심어놓은 소나무를 최근에 가서 보니 전봇대만큼 우뚝 자란 모습을 보고 놀랐고, 외국에서 10여 년 동안 지내다 온 사람이 돌아와서 하는 첫소리가 둔산지구가 아파트 단지에 조성해 놓은 나무가 너무 크게 자라 지나면서 아파트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볼멘 소리를 한다.

한동안 산에서 잘 크는 나무를 가져다 도로 중앙에 심어서 녹화사업이 진행되었는데, 이러한 작업도 정도가 지나치면 시민에게 피해를 주고, 나무도 살아 나가기가 어려운 지경에 놓이게 된다. 처음부터 신중히 백년대계를 보고 선택하여야 할 것이 가로수 수종의 선택이다.

한 예로 중구 대흥동 중교로 예술의 거리에서 수 십 년 자라던 플라타나스 나무가 낙엽 처리와 가지들이 전깃줄에 피해를 주며, 여름에는 송충이의 번식 등 피해가 생겨 모두 없애고 이팝나무로 교체하였다. 또 인근 조성하여 놓은 은행나무 길은 가을철이 오면 보긴 좋은데, 열매가 떨어져 썩는 냄새와 낙엽이 쌓이면 미끄러워 교통사고를 유발한다 하여 교체를 논하고 있다.

도로뿐만 아니라 주택에 심어놓은 나무가 지붕보다 높게 자라면 풍광도 가리고, 조금만 관리를 늦추면 병충해와 낙엽 처리에 많은 곤란을 겪게 된다. 자연은 부지런하고 현명한 사람에게만 혜택을 주는 듯싶다. 인위적으로 법규를 만들어 놓고 땅위에서 잘 자랄 큰 나무를 콘크리트 옥상에 설치해 놓고, 팽개치는 어리석음을 이제는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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