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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담배 끊겠다는 후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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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12.03 18:32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박 영 식 대전팝스오케스트라 ccd

“후배여 이참에 끊겠다니 생각 잘 한 걸세 담배가 공공의 적이 되고, 흡연자가 죄인이 된지 오래 아닌가”

후배여.

침 튀기며 열변을 토하지 않아도 안다네.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올린다는 거? 이외수 씨가 트위터에 한마디 한 대로 “용왕님 토끼 간 씹다 어금니 부러지는 소리”라는 거. 지난해 흡연자들을 위해 사용된 돈은, 특히 금연과 흡연 예방 사업 지원액은 그 많은 세금 중에 고작 243억 원밖에 안 된다지. 흡연자들의 건강과 금연은 사실상 내팽개친 정부가 10년 만에 국민건강증진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담뱃값을 인상하는 거, 다 ‘세수 구멍’을 메우기 위한 ‘꼼수 증세’라는 거, 안다네.

후배여.

안다네. 부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을 펴면서 서민들에게 부담되는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는 건 경제민주화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정책이라는 거. 나라 살림살이에 세수 확대가 절실한 형편이라면 돈이 있는 곳과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물려야 한다는 건 삼척동자도 알지. 그렇게 모은 돈을 서민들의 복지와 일자리 확대, 임금인상에 투입하고, 그런 뒤 서민들 살림살이에 주름이 가더라도 미래를 위해, 건강을 위해 담뱃값이 인상을 하는 게 순서라는 거.

후배여.

안다네. 담뱃값 인상으로 지방세 수입이 나아질 거라는 것도 말짱 거짓말이지. 담뱃값에 포함된 지방세 비중은 현재 62.1%에서 43.7%로 외려 낮아졌네. 아시는가. 지방공무원이 출장을 갈 때 자기 고장에서 담배를 미리 많이 사가지고 간다네. 담배 한 갑의 지방세라도 보태자는 거지. 지방세 수입을 한 푼이라도 늘리기 위한 지자체들의 몸부림이 눈물겨운데, 그런데 국가라는 데서 이처럼 아예 윗선에서 뭉텅 잘라간다네.

알지~. 힘들어지는 살림살이에, 취업할 곳 없는 자식들 보면 담배에 저절로 손이 가지. 정치인들 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절로 담배를 물게 되지. 그래도 어쩌겠나. 건강 아닌 돈 때문에 담배를 끊는 게 서글프긴 해도 끊는 게 낫지.

후배여.

이참에 끊겠다니 생각 잘 한 걸세. 담배가 공공의 적이 되고, 흡연자가 죄인이 된지 오래 아닌가. 안방에 누워 담배 피우던 시절은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얘기고, 화장실에서 쫓겨나 베란다로, 다시 아파트 복도로, 거기서도 이웃집 항의에 아파트 광장으로 가야 하지. 이런저런 이유로 담배를 끊는 사람은 독한 사람이고, 그래도 계속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정말 독한 사람이란 소리를 듣지.

은하수-한산도-솔-거북선-88라이트-디스플러스-에쎄프라임으로 이어온 게 벌써 30년이지? 그러면 구름과자 먹을 만큼 먹지 않았는가. 금연. 선배로서 성공하길 간절히 비네. 나야 끊은 지 한 15년 됐지. 잘 한 일 중 하나야.

뭐? 나보고 절주하라고?

그려. 1974년인가. 친구 집 농사일 도와주고 막걸리 한 잔한 뒤부터, 소주로 맥주-포도주-양주-고량주-소곡주로 이어진 게 한 40년 되나. 마실 때마다 줄여야지 하면서도 잘 안 되데. 자네가 담배를 끊는다면 나는 술을 줄이지.

후배여.

안다네. 담배보다 술이 몇 십 배 사회적 비용을 부담시킨다는 거. 살인과 폭행, 강도범의 절반은 취중 범죄라는 거. 술에 취해 치료를 엉망으로 한 의사 얘기는 들었어도 담배에 취해 엉망으로 했다는 얘긴 못 들었네.

그래도 살아보니 금주까지 하면 인생이 너무 무미건조할 거 같아. 정신건강과 육체건강을 다 같이 아울러 금연에 절주, 그러면 되지 않겠나. 왜 금주가 아니고 절주냐고? 궤변같이 들릴지 모르지만 훈훈한 인생을 사는 데 약간의 술은 도움이 된다는 거, 경험해보면 안다네.

술. 줄여야지. 담뱃값 올려놓았으니 다음 차례는 무엇이겠나. 주류세 인상 방안이 10년 만에 고개를 들고 있다네. 아마 정치인들, 지금쯤 주류세 올리는 인상안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걸세.

갑오년도 저물어 가고 있네. 새해 을미년은 금연으로 시작하세나.

박 영 식 대전팝스오케스트라 C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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