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저 백만 평 예당저수지 얼음판 좀 봐라. 참 판판하지? 근데 말이다. 저 용갈이* 얼음장을 쩍 갈라서 뒤집어보면, 술지게미에 취한 황소가 삐뚤빼뚤 갈아엎은 비탈밭처럼 우둘투둘하니 곡절이 많다. 그게 사내 가슴이란 거다. 울뚝불뚝한 게 나쁜 것이 아녀, 물고기 입장에서 보면, 그 틈새로 시원한 공기가 출렁대니까 숨 쉬기 수월하고 물결가락 좋고, 겨우내 얼마나 든든하겄냐? 아비가 부르르 성질부리는 거, 그게 다 엄니나 니들 숨 쉬라고 그러는 겨. 장작불도 불길 한번 솟구칠 때마다 몸이 터지지, 쩌렁쩌렁 소리 한번 질러봐라, 너도 백만 평 사내 아니냐?
* 용갈이 : 용이 밭을 간 것과 같다는 뜻으로 두꺼운 얼음판이 갈라져 생긴 금.
시평) 최근 ‘아버지’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요. 영화 국제시장에서 다룬 아버지도 그렇고, ‘가족끼리 왜 이래’에 나오는 아버지도 그렇고....그런데 그 아버지들 가슴을 “쩍 갈라서 뒤집어보면, 술지게미에 취한 황소가 삐뚤빼둘 갈아엎은 비탈밭처럼 우둘두둘하니 곡절이 많다. 그게 사내 가슴이란 거다” 문득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 가슴도 저랬겠지 싶어 가슴 한 켠이 짠 해 오네요. (조용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