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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달라진 가족, 달라져야 하는 가족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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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2.15 18:58
  • 기자명 By. 충청신문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며 배려하는 가족문화를

만들어 즐겁고 행복한 명절을

맞기를 바란다”

 

매년 민족의 대표 명절인 설과 추석 즈음에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이슈중의 하나는 ‘명절증후군’, ‘명절 스트레스’이다. 명절에는 각기 흩어져 있던 온 가족이 오랜만에 모여 정다운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은 정겹고 흐뭇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러 논의들이 있다.

가족끼리의 화목함은 몇몇의 노동력을 기초로 한 화목함의 유지이다. 우리 사회와 가족은 급격한 산업화와 세계화를 거치면서 많은 변화를 겪고 있으며 가족문화 또한 변화하고 있다. 3대가 함께 거주하며, 친인척이 같은 곳에 함께 모여 살던 확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재편되면서 가족의 기능과 역할은 사회로 이양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오랫동안 우리사회를 지탱해 온 가부장적 가족질서는 끊임없이 도전을 받고 재편되고 있다.

그러나 각종 제사 준비와 음식 장만의 역할은 여전히 여성이 해야 하는 당연한 일로서 결혼한 여성들은 남편의 가족을 위해서 봉사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여겨진다. 물론 장거리 운전에 따른 남성들의 스트레스, 직장이나 결혼문제에 대한 친척들의 과도한 개입 등도 명절 스트레스로 여겨지지만, 명절증후군은 명절 상차림을 위한 여성들의 과도한 노동, 시댁 위주의 명절, 식구들 사이에 쌓여온 불만과 갈등의 폭발 등으로 일반적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작년에는 명절을 앞두고 쇼핑몰에서 한동안 여성들을 위한 ‘가짜 깁스’가 인기리에 판매 되었다. 이러한 명절증후군은 명절 이후의 여성들의 스트레스 폭발로서 일종의 사회 현상으로 보인다. 이러한 스트레스를 달래기 위해서 홈쇼핑에서는 수고한 여성들을 위한 명품 방송이 줄을 서고 판매량도 엄청나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가족을 구성하고 있고 명절 준비를 함께 하고 있는 다문화 가족의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2013년을 기준으로 외국인과의 결혼은 8.0%로 이미 우리사회 가족의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각종 지자체나 이주여성 지원 단체는 여러 행사를 주관하고, 주관한 행사에서는 이주여성들이 한복 입는 법, 절하는 법, 차례 모시는 법 등 ‘한국문화’를 배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많은 가정에서는 만두를 만들지 않고 마트에서 구입해 떡국을 끓이고 한복을 입고 차례를 지내지 않지만 결혼 이주여성들에게는 전통만두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고, 한복 입는 법을 가르친다.

이러한 행사에서는 전통제례·명절문화 체험을 통해 한국 고유 명절문화를 교육하고, 다문화 가족들이 뜻 있는 설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함이라고 의의를 부여하며 진행된다. 그러나 이주 여성들이 경험하는 타지에서의 외로움, 한국의 전통을 유지하기 위한 희생은 전혀 부각되지 않는다. 또한 이들이 경험하는 ‘명절 증후군’은 언급되지 않고 사장된다. 단지 우리사회의 전통을 이어 나가야 하는 존재로서 한국인화 되기만을 요구받고 있다.

이처럼 같은 며느리이지만 이들에게 주어지는 관심은 다르다. 한국인 며느리에 대해서는 전통 명절문화가 가진 가부장적 성격 때문에 ‘명절 증후군’이 생긴다는 것에 초점을 두지만 변화된 사회 때문에 생긴 여성들만의 질환으로 보고 있고, 이주여성들은 전통 명절문화를 알려 줘야만 하는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모두는 전통적 여성상을 유지하려는 논의에게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최근 여러 신조어 중에서 유독 여성에 대해서는 ‘된장녀’, ‘개똥녀’ 등 문제 있는 사람으로 지칭하는 말이 많다. 이는 현대사회의 구조적인 변화 속에서도, 여성이 계속 과거의 전통에 맞게 행동하기를 바라는 보수적 시각이다. 즉, 가부장 사회의 전통적 여성상에 부합하지 않는 여성상에 대해 남성 중심 사회가 느끼는 딜레마와 불안의 반영일 수 있다.

명절문화는 음식, 의례와 함께 그 사회의 총체적 삶을 반영하는 것이다. 올 설에는 결혼이주 여성의 명절음식 만들기와 한복 입어보기가 전통적 가부장적 가족문화를 견고히 하는데 연결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며 배려하는 가족문화를 만들어 즐겁고 행복한 명절을 맞기를 바란다.

 

정여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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