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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광복70주년, 위안부 문제 해결 남은 시간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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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2.16 17:5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 병 수 목원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과 교수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니카이 도시히로 일본 자민당 총무회장으로부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친서를 받는 자리에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뜻 깊게 기념하고 한일관계의 안정된 미래를 차세대에 물려주기 위해서, 특히 핵심 현안으로 남아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양국 관계 개선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꼬일 대로 꼬여있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가장 큰 걸림돌이 ‘일본군위안부’ 문제라는 점을 새삼 환기시킨 발언이다.
 
박 대통령의 말은 우리 국민의 뜻이기도 하지만 일본 측이 성의 있는 답변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기대는 청와대는 물론 우리 국민 대부분도 하지 않을 것이다.
 
작년 1월말 프랑스 앙굴렘에서 개최된 ‘일본군위안부 한국만화기획전 : 지지않는 꽃’(이하 위안부만화전) 총괄큐레이터로 참여하면서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적반하장 식 터무니없는 공세를 직접 경험한 바 있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은 인구 4만의 프랑스 남부 소도시 앙굴렘에서 매년 개최되는 세계 최대 만화축제다. 2014년이 제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이어서 전쟁, 전쟁으로 인한 피해자들에 대한 내용이 페스티벌의 주요 테마였기 때문에 ‘위안부만화전’과 페스티벌 전체의 주제가 잘 맞아 떨어졌다. 페스티벌 조직위원회에서도 크게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이현세, 박재동을 비롯한 20여명의 대표적인 한국 만화가들과 함께 2013년 가을부터 전시회를 준비했다. 그해 10월 행사 준비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전후하여 일본의 일부 극우 만화가와 극우시민단체에서 한국의 앙굴렘 전시에 맞서는 대응 전시를 준비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일본측은 “한국이 앙굴렘에 위안부 만화 50편을 출품한다고 하니 우리는 100편을 출품하여 맞서자”라는 구호를 내세운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매우 선동적으로 접근했다.
 
이 때문인지 앙굴렘 현지 담당자는 행사준비 기간 내내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가장 긴박했던 사건은 ‘위안부만화전’ 개막식이 있기 하루 전인 1월 28일 밤 파리에서 발생했다. 한국문화원에서 있을 파리 주재 언론인 대상 사전 설명회를 취소해 달라는 앙굴렘  조직위 측의 연락이 밤 10시 넘어 도착한 것이다. 앙굴렘 페스티벌 조직위는 사전설명회가 정치적으로 비칠 수 있으므로 만약 강행한다면 한국전시회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해 왔다. ‘위안부만화전’ 담당 앙굴렘 측 디렉터는 1만6000명이상의 일본인이 서명한 전시중지 요청 탄원서가 도착해 있으며 매일 엄청난 항의 메일을 일본인으로부터 받고 있다는 사실을 추가로 알려왔다.
 
일본정부와 주 프랑스 일본대사관의 압박도 집요했다. 스즈키 요이치 주 프랑스 일본대사는 성명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이 열리고 있다는 점은 매우 유감”이라며 “이 기획전은 왜곡된 관점으로 추후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항의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일본 극우세력이 한국전시에 대응하려고 준비한 부스가 조직위원회에 의해 철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본이 출품한 조잡한 작품도 문제였지만 “일본군 위안부는 역사적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적은 적반하장 식 현수막을 조직위원회와 상의 없이 부스에 내걸었던 것이 철거의 결정타였다.
 
이 소식을 접한 현지 기자와 언론사들이 우리 전시장을 대거 찾으면서 상황이 극적으로 반전되었다. 수많은 언론사와 관객들로 인해 전시장 입구가 미어터질 지경이었다. 한국전시는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일본 부스는 철거된 것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앙굴렘 페스티벌 조직위원장과 아시아담당 디렉터는 전시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앙굴렘 만화페스티벌 조직위원회는 “(일본 측이)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사유시설에서 허가를 받지 않고 기자회견을 했다”며 “정치 선전의 내용이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프랑스 법률에 저촉된다고 충고했지만 그만두지 않았다”고 철거 이유를 설명했다. “역사적 사실의 부정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산케이 기자 질문에 “그들(일본 측 관계자들)은 일본 정부도 인정하는 위안부의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았다”며 “이런 극우 사상 및 단체와는 싸울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에 앞서 광복 70주년이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우리는 광복의 기쁨을 떳떳하게 누릴 자격이 있을까? 지난 1월 황선순 할머니에 이어 지난 10일에도 한 분의 위안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16만 명이 넘는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공식적으로 등록하신 분은 243명이고, 이 가운데 현재 남아계신 분은 53분이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53분밖에 없다.
 
김 병 수 목원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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