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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감정노동자 ‘을’ 에게 친절하기 운동을 펼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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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2.23 16:1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영기 사랑의 열매 대전시나눔봉사단 총단장

“친절하기 운동에 힘을 모아주면 감정노동자들에게 큰 위로와 격려가 될 것이며, 결국은 더욱 활기찬 친절·서비스로 확대 재생산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 친절·서비스 운동이 시작된 것은 88서울 올림픽이 유치된 1981년부터다.

기업은 마케팅의 목적으로, 사회단체는 문화시민운동의 일환으로 친절·서비스 교육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그리고 1990년대 초에 고객만족(CS)제도가 도입되면서 그에 대한 관심과 바람이 태풍처럼 몰아쳤다.

그 때문에 30여년이 지난 오늘에 있어서 우리나라 친절·서비스 수준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제는 과잉 친절의 문제가 대두될 정도다.

미국의 CNN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10가지’를 선정하면서 항공기 승무원들의 친절한 기내 서비스를 꼽았다. 그처럼 친절·서비스가 강화된 이면에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국제적으로도 망신을 당한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슈퍼 ‘갑’질의 형태가 이번에 밖으로 드러났지만, 그동안도 항공기 승무원을 비롯한 서비스 종사자들의 친절의 뒷면에는 인격적으로 모멸감을 느끼며, 힘들어도 슬퍼도 웃어야만 했던 수많은 ‘을’들의 아픔이 있었다. 성희롱 등 심각한 언어폭력을 휘두르는 상사나 고객들에게 법적 조치를 한다지만 실제 그런 수준까지 간 사례가 드물며, 오히려 직원 인권보다 고객 눈치부터 따지는 현실이다.

‘을’인 감성노동자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언어에서 시작된다.

75초마다 습관적 욕설을 한다는 청소년들의 심각한 욕설, 정치권에서 터져 나오는 막말, 지하철 시내버스 등에서 노인과 약자에게 내뱉는 무례한 말, 영화 드라마 대중문화 속에서 튀어나오는 비속어, 사이버 공간에서의 천박한 댓글 문화가 그대로 생활 속에서 약자인 ‘을’에게 대수롭지 않게 던져진다.

“미친×이 말귀 존× 못 알아먹네” “이딴걸 팔아먹어” “밥 처먹고 하는 일이 이래” “×× 똑바로 하란 말이야!” 등 감정 노동자에 대한 예의 없는 악성고객 때문에 고객을 응대하는 감정노동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우울증, 환청 등의 정신질환을 앓으며 심지어 자살의 위험에 노출된 사례도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내용에도 막말에 상처받는 경우 실제로 상처가 증상으로 나타나는 '화병' 환자들 중 46.4%가 소화기계통 질환, 33.3%가 근골격계 질환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직·간접적으로 감정노동자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감정노동자들에게 ‘절대 친절’을 강조해왔기에 이제는 ‘결자해지’의 관점에서 고객인 ‘갑’은 물론 기업, 시민사회단체, 언론도 이제는 감정노동자에게 친절하기 운동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고객도 자신의 권리와 지위를 누리는 것 못지않게 친절·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들을 인격적으로 대해주고 함께 친절해야 한다. 이는 감정노동자인 ‘을’들의 처지를 고려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이 곧 우리나라의 친절·서비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선진화하는 첩경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쓰는 언어가 곧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그만큼 어휘도 적절히 제어하면서 쓸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가정과 학교에서 사회적으로 어떤 언어가 용인되고 어떤 언어가 그렇지 않은지 구분하는 사회화 과정이 이뤄져야 하며, 지금부터라도 우리 사회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고운 말 쓰기, 욕설 안 하는 학교 선정, 아름다운 말 쓰기를 어릴 때부터 사용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욕설, 막말 등 비정상을 정상화하고, 기초질서와 생활예절을 지키는 작은 실천이 국민대통합을 이루는 첫 단추임을 인식하고 지금부터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물론 고객도 함께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수고 많습니다” 친절하기 운동에 힘을 모아주면 감정노동자들에게 큰 위로와 격려가 될 것이며, 결국은 더욱 활기찬 친절·서비스로 확대 재생산 될 것이다.

김영기 사랑의 열매 대전시나눔봉사단 총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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