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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로하선]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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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3.01 18:57
  • 기자명 By. 충청신문

어제는 제96주년 3·1절이었다. 방방곡곡이 힘차게 펄럭이는 태극기 물결로 덮였으리라 믿는다. 3·1절을 앞두고는 ‘정부가 태극기 게양을 법으로 강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캠페인’이 펼쳐지면서 텅 비기 일쑤였던 아파트 단지의 게양대에 태극기가 걸릴지 이목이 집중됐다. 지금의 태극기가 국기가 된 것은 1883년의 일이다. 1875년 운요호사건이 터졌다. 일제는 이를 핑계로 강화도조약 체결을 요구하면서 “운요호엔 엄연히 일본국기가 게양되어 있었는데, 왜 포격했느냐?”며 트집을 잡았다.

▷그때만 해도 조선은 ‘국기’가 무얼 뜻하는지 알지 못했다. 국기 제정이 논의되면서 처음 만들어진 국기는 아주 복잡했다. 빨강 파랑 노랑의 3태극을 중심으로 8괘를 그렸다. 1882년 박영효 일행이 일본에 수신사로 건너가면서 배 안에서 태극문양에 4괘가 있는 형태로 수정한 후 고베의 숙소에 내걸었는데, 이것이 태극기의 효시다. 이를 조정에서 1883년 정식으로 국기로 채택했다. 대한민국이 수립된 1949년 문교부에 심의위를 설치, 음양과 4괘의 배치안을 결정, 그해 10월 한국 국기로 공식 공표돼 오늘에 이른다.

▷박영효가 아니라 역관 이응준 제작설, 이미 조정에서 정한 국기도안 내용을 약간 고친 것이니 고종이 만든 거라고도 한다. 원과 선의 절묘한 조합, 청ㆍ홍ㆍ흑의 강렬한 색 배합 등 태극기는 아름답다. 모양보다 대단한 건 그 의미다. 중앙의 태극은 우주와 인간의 근원적 구성을, 외곽의 사괘는 우주의 운행원리를 담았다. 4괘의 건(乾)은 하늘 봄 동쪽, 곤(坤)은 땅 여름 서쪽, 이(離)는 해 가을 남쪽, 감(坎)은 달 겨울 북쪽을 나타낸다. 국기에 이처럼 우주의 심오한 철학적 원리를 담은 나라는 세계에 한국 밖에 없다.

▷태극기를 놓고 설왕설래가 많다. 행정자치부의 게양 법 개정에, 게양·하강식 실시 등 검토 소식에 “군사정부 시절로 회귀하자는 것이냐” “태극기 다는 운동까지 문제를 삼는가”하는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애국심을 고취시키겠다는 취지야 이해되지만 방법이 문제다. 태극기는 정권 아닌 나라 사랑의 상징물이다. 태극기 게양이나 국민의례를 놓고 강제하려 드는 거나 정치적 공방을 펴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태극기를 휘날리는 것은 마음에서 우러나야 의미 있는 일이 된다. 올곧은 나라 사랑, 그게 3·1 정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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