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능표
유리창 밖은 봄이다.
새들은 날아오르고
나무들은 잎사귀를 내민다.
십 리 밖 강물 속에서
물고기들이 물고기들의 삶을 살듯
새들은 새들의 삶을 산다.
나무들은 나무들의 삶을 산다.
말 걸지 말자.
물고기들은 강물에
새들은 하늘에
나무들은 숲속에
나는 유리창 안에 있다.
말 걸지 말자, 말 걸지 말자.
느린 듯 더딘 듯
불쑥 왔다 울컥 가는 봄.
시평)봄은 참으로 분주한데 나는 참 한가롭기만 합니다. 유리창 밖에 도착한 봄을 가만히 응시하며 ‘느린 듯 더딘 듯/불쑥 왔다 울컥 가는 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왠지 ‘울컥’이라는 말에서 봄이 오는 주소를 알 것도 같습니다. 저 가슴속 깊은곳 에서 ‘울컥’ 뿜어 올라오는 오는 봄. 오늘은 이 봄을 가만히 가슴으로 품어보고 싶은 날입니다. (조용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