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문화속으로] 봄-기다림, 그리고 만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5.03.19 18:43
  • 기자명 By. 충청신문

며칠 전 운전을 하다가 신호대기에 걸렸다. 문득 고개를 돌려 바라본 인도에는 여전히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세차게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추운 겨울을 잘 참고 기다려온 저 나뭇가지들은 이제 곧 새 생명을 만날 터이다. 앙상했던 나뭇가지 위에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돋아날 것이고, 길가에는 예쁜 꽃들이 피어날 것이라는 생각만으로도 이미 완연한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봄. 확실히 봄은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겨울에는 코끝이 빨개지도록 뛰어다니며 눈싸움을 하고 썰매를 타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그러나 봄은 확실히 겨울과는 다르게 세상이 움트기 시작하는 시기였다. 얼었던 땅이 녹아 새싹이 돋아나고, 동면에 있던 동물들이 깨어났다. 꽃과 나무들이 저마다 각양각색의 색깔을 갖게 되는 시기가 바로 봄이었다. 이제 곧 많은 사람들이 ‘꽃놀이’를 다닌다고 전국이 떠들썩할 터이니, 확실히 봄은 기다림에 어울리는 계절이다.

성경적으로도 봄은 하나님의 적절하고도 풍족한 은혜를 보여주는 기다림의 계절이다. 성경은 이것을 ‘늦은 비’로 표현한다. 먼저 ‘이른 비’는 이스라엘에서 가을에 내리는 첫 비를 말한다. 이 비를 기점으로 우기가 시작되며, 메마르고 굳어져 있던 땅에 파종을 가능하게 만든다. 그러나 씨를 뿌린다고 하여 수확이 100% 보장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곳에서는 씨를 뿌리면서도 늘 수확에 신경을 써야했고, 또 추수를 위한 비를 참고 기다려야만 했다.(약5:7) 기다림 끝에 늦은 비가 내렸다. 늦은 비는 봄에 내리는 비로써 ‘봄의 작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며, 곡식의 결실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비였다. 이 비는 삶을 윤택하게 하고 풍요로운 결실을 거두게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비를 기다리고 또 좋아한다.

봄은 또한 만남의 계절이기도 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보면 계절의 변화는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와 관련이 있다. 데메테르에겐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딸 페르세포네가 있었는데, 이 딸을 그만 하데스가 납치해 갔다. 데메테르는 딸을 잃은 슬픔으로 땅에서 손을 뗐고, 땅은 점점 황폐해졌다. 이것이 곧 겨울이다. 결국 다른 신들의 중재로 데메테르는 그녀의 딸과 일 년 가운데 2/3를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그녀가 웃자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왔으며, 움켰던 새싹들이 돋아났다. 물론 그녀가 웃는다고 봄이 찾아 올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확실히 봄은 만남에 좋은 계절이며, 이 만남은 우리를 웃게 만든다. 문득 김시천 시인의 시가 생각난다.

'봄꽃을 보니/ 그리운 사람 더욱 그립습니다// 이 봄엔 나도/ 내 마음 무거운 빗장을 풀고// 봄꽃처럼 그리운 가슴 맑게 씻어서/ 사랑하는 사람 앞에 서고 싶습니다// 조금은 수줍은 듯 어색한 미소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평생을 피다 지고 싶습니다.'(김시천 ‘봄꽃을 보니’)

그러므로 이제 곧 다가올 화장한 봄날에 만남을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먼저 사랑하는 가족과 만남을 가져보자. 갈수록 바빠지는 현실 속에서 가족은 점점 대화가 줄어든다. 식당에 가면 모두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갈수록 톡이나 SNS로 대화하는 가족이 늘고 있다고 하니 이 얼마나 웃지 못 할 상황인가? 아니 사실은 비탄해야 할 상황이다. 모든 행복의 출발점인 가족에게 대화가 없어진다는 것은 이미 출발부터가 잘못되었다. 부디 아름다운 계절인 봄, 색색의 꽃과 나무를 보며 가족과 대화가 많아지는 계절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또 봄이 오면 시간을 내어서 그 동안 분주함을 핑계로 잊고 지냈던 그리운 사람에게 전화를 걸거나, 한 번쯤 불쑥 찾아가 보자. 그리운 사람과 만나 유명한 음식도 먹어보고, 차도 한 잔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또 이런 만남을 일기장에 몇 자 적어 놓고 바쁠 때마다 회상해 본다면 분명 생활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우리 인생은 그런 소소한 것들이 모여 행복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행복한 3월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김등모 대전시기독교연합회장 대전영락교회 담임목사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