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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룸바의 나라, 쿠바에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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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4.13 18:26
  • 기자명 By. 충청신문

“쿠바의 노 연주자들은

사람이 낼 수 있는 향기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 음악이라는 걸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카리브 해에 위치한 중남미 섬나라 쿠바는 이념도 다르지만 거리상으로도 우리나라와 너무나 먼 나라였다. 미국남부 댈러스에서 환승하여 멕시코 유카탄 반도 칸쿤에 도착하니 저녁이 넘어 어두운 밤 시간이었다. 다음날 오후 쿠바나 항공으로 다시 옮겨 타야 들어갈 수 있었다.

쿠바가 중미국가 중에서 그래도 가장 귀에 익은 나라인 것은 과거 어린 시절 익히 들었던 냉전의 아이콘이었기 때문이다. 쿠바의 빛나는 수많은 아이콘인 시가, 럼주, 카리브 해, 쿠바음악, 미술보다도 사회주의 국가라는 정치적인 것이 더 사로잡은 것은 안타깝게도 기억의 습작이었다.

‘정부가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기 전에 국민이 무언가를 먼저 해보자’는 정치적 수사로 등장한 젊은 대통령 케네디에게 맞장을 뜨려했던 국가가 바로 쿠바였다. 미사일을 미국남부 플로리다 코앞에 갖다 대고 소련의 앞장이 노릇을 했던 당시, 케네디가 소련서기장 후루시초프를 굴복시키지 않았다면 쿠바의 작지만 단단한 행동대장 역할은 오래 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저런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으로 종주국의 원조나 지원 명맥이 끊어지니 쿠바의 마르크스이념에 의한 평등한 유토피아 건설 실험(?)은 사뭇 어려워졌다는 것을 직접 가보니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당시 부패한 바티스타 정권이 1959년 무장혁명을 한 사회주의자 카스트로와 아르헨티나 의대생 출신 체 게베라가 이끄는 혁명조직에 의해 붕괴되었고, 카스트로 1인 정치로 지금까지 55년간 공산주의 국가로 유지되고 있지만, 공산국가들의 공통사인 경제 산업화 실패와 미국의 테러후원국에 대한 제재 등으로 인한 어려운 경제상황 때문에, 2006년부터 형인 피델로부터 정권을 승계한 라울 카스트로가 미국과 국교 정상화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입국심사는 사회주의 국가와는 달리 순조롭고 친절한 여성 심사관들의 미소 속에 이뤄졌고 공항 밖에는 관광차들이 여럿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관광수입으로 경제가 돌아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작가 헤밍웨이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명저 ‘노인과 바다’라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코히마르 해변과 그의 집필실이 있는 저택이 아마도 서구여행자들에게는 아바나 관광의 0순위로 꼽히지 않을까 싶다. 아프리카에서의 사냥, 스페인의 투우 그리고 쿠바에서의 낚시와 여성 편력 등 이러한 마초적 행동생활과 버무리며 허무주의가 가미된 하드보일드한 문체로 세계인들을 사로잡았던 그의 문학의 원천이 바로 쿠바였다는 것은 익히 일려졌지만, 실제 그 해변을 가보니 별관심이 없는 듯한 쓸쓸하고 한적한 어촌에 불과했다.

어선의 스크루를 녹여서 만든 그의 흉상이 가난한 어촌어귀에 세워져 있고 그가 자주 들렀다는 20여석의 작은 라 떼레사 레스토랑은 그런대로 성황이었다. 카리브 해를 바라보며 앉아 구상을 한 것으로 보이는 좌석은 관광용으로 설치해놓았고 벽면에는 카스트로와 마주하며 웃는 작가 사진과 노인과 바다의 실제 모델이 되는 어부의 사진 등이 흑백의 빛으로 5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소설을 다시 한 번 음미케 했다.

지금도 당시 모델인 어부가 지금 90대 중반으로 생존하여, 가끔 레스토랑에 나온다기에, 오늘 오후에 혹 오실 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것은 당신의 운수에 달렸단다.

아바나 시내 관광의 진미는 쿠바음악을 길거리에서 듣는 것이었다. 다큐 ‘브에나비스타 소셜클럽’에서 본 주름 잡힌 쿠바의 노 연주자들은 사람이 낼 수 있는 향기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 음악이라는 걸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라틴재즈와 함께 쿠바음악의 대표적 장르인 룸바소리꾼(Giganteria)이 아바나 도심인 아르멜 거리, 무려 3시간여 골목길을 누비며 말레꼰 해안가에 일렁이고 있었다. 특정한 멜로디 없이, 빠른 드럼비트를 그 유명한 쿠바 타악기와, 때론 희열에 고무되는 듯한 열기와 흐느끼는 듯한 멜로디가 구슬픈 트럼펫으로 연주되는 동안, 장대 다리로 분장한 4m 장신의 5명의 춤꾼들의 몸동작은 너무나 황홀했다.

구 도심에 있는 필자 숙소근처의 낡은 건물과 무너져 버린 음습하고 거의 빈민굴 같은 골목길이 쿠바의 매력으로 느껴질 정도로 쿠바음악과 소리꾼들 춤꾼들은 이방인을 사로 잡았다. 이후 이륙전날까지 들었던 라틴재즈 콤빠이 세군도의 후예들의 기가 막힌 신들린 연주들도 여전히 떠남을 아쉽게 만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강명수 예촌 문화벤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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