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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로하선] 패랭이꽃과 카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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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5.13 17:55
  • 기자명 By. 충청신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풍속화가 단원 김홍도의 그림 중에 ‘황묘농접도(黃猫弄蝶圖)’가 있다. ‘노란 고양이가 나비를 놀리다’라는 제목처럼 노란 털빛의 아기 고양이가 등 뒤로 날아온 긴꼬리를 가진 검푸른 제비나비를 올려다보고 있는 채색화다. 딱 도망가기 좋을 만큼의 거리에서 날고 있는 나비를 보면 마치 고양이를 약 올리는 것 같아, ‘검은 나비가 고양이를 놀리다’로 바꿔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볼수록 편안해지는 봄볕 따사로운 풍경화다. 고양이 앞쪽 바위 곁에는 패랭이꽃과 제비꽃이 활짝 피어 있다.
 
▷그런데 풍경화가 아니란다. 회갑 때 선물하는 축수화(祝壽畵)란다. 한양대 정민 교수의 ‘한시미학’에 따르면 그림에는 ‘뜻 두신 일, 뜻대로 모두 이루시고, 70세 80세까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기를 축원합니다’라는 뜻이 담겨 있단다. 제비꽃은 구부러진 꽃대의 모양새가 등긁개를 닮아 한문 이름이 ‘여의화(如意花)’다. 여의 즉 ‘뜻대로’가 되고 뜻대로 이루시라는 뜻이라는 거다. 고양이는 중국어 발음을 따라가면 70세 노인을 상징하고, 나비는 80세 노인을 상징한다. 바위는 불변의 상징이니 ‘오래오래’에 해당한다.
 
▷그런데 축하한다는 뜻은 어디에 담겼을까. 예로부터 축하의 뜻은 중국어 발음이 똑같은 ‘주’인 한자 ‘빌 축(祝)’자 대신 대나무 ‘죽(竹)’으로 표현한다. 그림엔 대나무가 없다. 답은 패랭이꽃에 있다. 패랭이꽃의 한문 이름이 ‘석죽(石竹)’이기 때문이다. 옛날 중국에 힘이 센 장사가 있었단다. 밤마다 사람들을 괴롭히는 석령(石靈)이 있다는 말을 듣고는 산으로 올라가 그 돌을 향해 힘껏 화살을 쏘았다. 그 후 돌에서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는 꽃이 피었는데 바위에서 핀 대나무를 닮은 꽃이라 하여 ‘석죽’이라 불렀단다.
 
▷패랭이꽃은 모래밭은 물론 바위틈에서도 자라는 강하고 질긴 생명력의 꽃이다. 기온이 섭씨 0도 이하로 내려가도 얼지 않고 씨는 약한 바람에도 널리 퍼진다. 패랭이꽃 이야기를 꺼낸 까닭은 패랭이꽃의 영어 이름이 카네이션이기 때문이다. 중국산 석죽을 개량해 꽃송이를 키우고 빛깔도 여러 가지로 만들었다. 이 ‘양(洋)석죽’은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이면 불티가 난다. 우리는 산과 들에 그 꽃이 지천으로 널렸어도 그저 감상하기만 했을 뿐 상품으로 개량할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 그런 게 어디 패랭이꽃뿐일 것인가.      
 
안순택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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