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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42년 전 제자 상봉, 그리고 스승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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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5.13 17:5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 종 구 학부모뉴스24 편집국장
산천이 여름빛으로 물드는 5월,  모처럼 두어 시간을 달려 42년 하고도 두 달 전에 햇병아리 선생으로 교단을 밟은 충남 홍성의 결성초등학교를 찾았다. 개교 104주년 기념 총동창회겸 기별 체육대회가 열린다는 제자들의 연락을 받아서였다. 처음 발령 받은 날. 이불 보따리를 양쪽 어깨에 번갈아 지면서 갔던 흙먼지 자욱하던 길이 이젠 포장도로로 반듯하게 변한 모습이 세월의 흐름을 실감나게 한다. 
 
결성초등학교는 올해 개교 104주년을 맞는다. 역사가 깊고 충남 서부지역의 교육의 중추적 역할을 한 학교였다. 교정에는 한 아름이 넘는 벚나무가 새눈을 틔우던 때 였는데, 오늘은 꽃도 지고 푸른 잎으로 갈아입었다.
 
추억에 잠시 잠기는데, “선생님 저 ○분이예요”, “저는 ○미예요”, “저는 ○옥이에요” 네댓 명의 중년 아주머니들이 우르르 다가온다. 아니 이런, 머릿속에는 열 한두 살의 단발머리 소녀들만 떠오르는데 이름과 모습이 전혀 연결되지 않는 당황함만 앞선다. “안녕하세요, 저 ○태인데요”, “저는 ○섭입니다” 어허 이번엔 머리도 희끗한 아저씨들 한 무리가 다가선다. 얼결에 머뭇거리며 “아, 예, 잘들 지내셨지요?”하고 대답하였다. “아이고 선생님, 기억 좀 되살리세요”하며 까르르 웃는 모습들에서 서서히 옛 모습에 현실의 모습을 오버랩하면서 “아, 그렇구나, 네가 ○○리에 살던 ○태지?”, “너는 ○○리에 살던 ○섭이고?”……. 그렇게 금방 우리는 42년 전으로 돌아갔다.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지나도 스승과 제자는 스승과 제자일 수밖에 없었다. 첫 대면의 어색함은 사라진지 오래고, 그 42년 전처럼 많고 많은 이야기가 술 술 나왔다. 
 
준비된 행사가 진행되는 사이에도 그저 서로 곁으로 와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 대화의 시간이 계속 되었다. 아, 그래서 제자라고 하는구나. 형제 같고 자식 같은 제자이기에 그런 저런 이야기가 많아지는구나. 이젠 같이 나이 들어가는 모습에서 제자들의 밝은 모습이, 열심히 살아 온 그들의 모습이 대견하고 흐뭇하고 가슴 깊이 응어리지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끈덕진 정이 아닐까?
 
현실을 되돌아보면서 과연 앞으로 이 제자들의 자녀들도 이처럼 옛 스승을 기억하고 만나며 만나면 우리처럼 이렇게 즐거워할까? 라고 반문해 본다. 며칠 전 우연히 본 모 신문의 “○○교육청, 스승의 날 앞두고 불법찬조금 및 촌지 관행 근절 의지 재천명”이라는 기사가 생각난다. 기사 제목만 보면 스승들이 스승의 날을 빙자하여 엄청난 불법 찬조금을 받아드리는 듯 한 인상을 준다. 그러기에 일부 학교에서는 스승의 날 행사를 전폐하고 수업만 운영하거나, 교문을 잠가 버리는 사태까지 일어나고 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작은 사건을 일부 언론들은 “장님 코끼리 보듯” 하여 모든 교직자들을 깎아내리는 경우가 많다. 꼭 그렇게 까지 해야만 했을까? 물론 일부 비양심적 교육자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위를 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많은 묵묵히 평생을 교단을 지키며 살아가는 선생님들을 위로와 격려는 하지 못할망정 찬조금과 촌지의 대명사로 전락 시키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5월 11일부터 17일까지 스승주간으로 설정하고, ‘사제동행+사회봉사로 살아있는 인성교육을’이라는 주제를 설정하여 교원의 자발적인 사회봉사 참여로 ‘존경하는 스승상’을 정립하고 교육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고 있다. 교육은 스승의 헌신적인 노력에서 그 열매가 아름다워진다. 꼭 스승의 날이라서가 아니라 스승을 존경하고 제자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풍토가 자리 매김 했으면 좋겠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만 앞세우는 풍조에서 ‘천하영재를 가르치는 게 세번째 즐거움(得天下英材而敎育之-三樂也)’의 보람을 가꾸는 선생님들에게 격려와 박수를 보내는 스승의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종 구 학부모뉴스24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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