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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로하선] 어메이징 그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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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7.01 17:57
  • 기자명 By. 충청신문
1748년 영국으로 가던 노예무역선이 엄청난 폭풍우에 휩쓸렸다. 선장 존 뉴턴(1725~1807)은 간절하게 기도했다.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기도가 하늘에 닿았는지 배는 기적처럼 폭풍우를 벗어났다. 이 일은 뉴턴을 확 바꿔놓았다. 영국 성공회 사제가 된 그는 흑인을 학대했던 과거를 참회하며 글을 썼고, 곡이 붙었다. 작곡가가 누군지는 분명치 않다. 스코틀랜드 민요라는 설도 있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 놀라워. 잃었던 생명 찾았고 광명을 얻었네.”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는 이렇게 탄생했다.
 
▷‘놀라운 은혜’를 입은 기쁨을 노래하지만 정작 불리는 자리에는 기쁨보다 슬픔이 많았다. 1838년 거주지에서 쫓겨나 강제이주를 당한 미국 체로키 인디언들은 1900㎞, 이른바 ‘눈물의 길(Trail of Tears)’을 걸으며 이 노래로 서로를 부축했다. 보이지 않는 힘의 치유, 화합, 용서를 노래했던 거다. 작년 세월호 침몰 12일만인 4월 28일 진도 팽목항에서 이 노래가 불렸다. 미국 바이올라대 합창단과 실종자 가족, 자원봉사자들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며 아직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에게 놀라운 은혜가 있기를 기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부른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화제다. 백인우월주의자의 총기난사로 희생된 흑인 목사의 영결식장에서 추모 연설 말미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청중들은 처음엔 환호성과 웃음을 터뜨렸지만 노래가 끝날 즈음엔 모두가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대통령의 노래는 ‘흑백 통합의 메시지’ 였고, 증오와 슬픔의 바다를 용서와 화해의 물결로 바꿔놓았다. 미국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 재임 중 최고의 순간’이라 보도했고, 일부 국민들은 “오바마가 대통령인 게 자랑스럽다”며 기쁨을 눈물을 흘렸단다.
 
▷박근혜 대통령도 예비후보 시절 공중파에서 노래를 부른 적이 있다. 2012년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해 거북이의 ‘빙고’를 불렀다. 가사가 긍정적이고 리듬이 경쾌해 평소 좋아한다고 했다. ‘빙고’의 가사에 “사는 게 힘들다고 하지만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지”라는 대목이 있다.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속이 끓어도 ‘배신의 정치에 대한 심판’이란 말 대신 여야의 양해를 구하는 화합의 메시지를 담았으면 어땠을까. 정치판이 한 겨울이 되진 않았을 거다. 오바마 대통령의 노래가 부러워서 해본 생각이다.
 
안순택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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