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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낭만이 있는 해변 대천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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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7.08 18:45
  • 기자명 By. 안순택·이성엽 기자

대천해수욕장에선 선크림은 노, 잿빛 머드팩이라야 오케이다.

벌거숭이 남녀들이 진흙을 온몸에 바르고는 씨름을 하고 갯벌에 다이빙한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깔깔거리고, 흙투성이가 되어서도 마냥 즐겁단다.

 

[충청신문=대전] 안순택 기자 =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걸고…’ 한 여름 밤의 낭만, 대천해수욕장

청바지에 통기타가 청년문화의 정점이자 로망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 중심에 트윈 폴리오 출신의 윤형주도 있었다. 1970년 여름 윤형주는 친구, 후배들과 대천해수욕장 백사장에 텐트를 쳤다. 또래 여대생들과 만나 모닥불을 피우며 어울렸던 그는 가야 한다는 여대생들을 붙잡을 엉큼한 속셈으로 모닥불 앞에 앉아서 노래를 만든다. “조개껍질 묶어 그대의 목에 걸고, 물가에 마주앉아 밤새 속삭이네….” 바다의 추억, 한 여름 밤의 낭만을 떠올리게 하는 명품 포크송 ‘라라라’가 실은 ‘작업 송’이었다는 얘기다.

이 인연으로 분수광장엔 ‘라라라’ 노래비가 있다. 그나저나 여대생들은 마음을 돌렸을까. 윤형주는 방송에서 “안 가고 한 3일 정도 더 있다가 갔다”며 웃었다. 누가 마다하랴. 앞에는 펄펄 끓는 해가 바다 속으로 빠져 들고, 뒤에는 울울창창 소나무가 바람에 기우는 이 아름다운 해변을. 대천해수욕장은 1930년 7월 1일 개장했다. 청춘들에겐 진즉 선망의 해변이었다. 으레 광란의 뒤풀이와 일탈의 기억으로 남던 곳이었으니. 1954년 한 신문에 ‘올 여름 서울에서 갈 만한 가까운 해변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가장 많은 답은 서울 마포. 하지만 답변자는 대천해수욕장을 추천하고 있다. 서울에서 비교적 접근성이 좋으면서 시설이 잘 구비됐다는 설명과 함께. 피서객이 몰리는 7월과 8월엔 대천행 특별열차가 편성되던 때였다. 60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업체 현대엠엔소프트가 작년 7월 한 달 간 ‘맵피위드다음’에서 목적지로 입력된 휴가지를 분석했더니 대천해수욕장이 단연 1위였다. 다음이 해운대였고. 예나 지금이나 대천해수욕장은 국민들이 가고 싶은 으뜸 휴식처다. 길이 3.5㎞, 너비 100m에 달하는 백사장, 하얗고 보드라운 모래는 조개껍데기가 오랜 세월 부서져 만들어진 동양 유일의 것이라는 소개는 진부하다. 한마디만 하자면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라는 속담을 이곳 사람들은 ‘대천바다도 짚어보고 건너라’라고 한다. 그만큼 얕고 안전하다는 뜻.

 

수상레저부터 조개체험까지… 온가족이 여름바다에서 놀자!

대천해수욕장엔 바다를 찾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그 이상이 있다. 유람선에 모터보트, 제트스키, 수상스키, 바나나보트, 플라이피쉬 같은 수상레저는 기본이다. 익스트림 레저를 즐기고 싶다면 ‘짚트랙’에 몸을 맡기면 된다. 52m 높이에서 바다 위 613m를 활강하면 비명이 절로 나온다. 워터 슬라이드를 타고 싶은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해변 워터파크도 있다. 하늘을 날고 싶으면 옥마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 가보라. 옥마봉 아래 웨스토피아에선 레일바이크도 탈 수 있다. 놀다 지친 이들을 위해 대천한화리조트에선 움직이는 착시체험 ‘대천 파로스 박물관’을 운영한다.

조개잡이 체험을 하고 싶다면 따라 오시라. 대천해수욕장의 중심은 머드축제가 열리는 머드광장이다. 예전엔 ‘바다의 여인상’이 서 있어 ‘여인의 광장’으로 불렸는데 1988년 머드축제를 시작하면서 머드광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머드광장 북쪽이 ‘라라라’ 노래비가 있는 분수광장이다. 밤이면 음악과 조명이 어우러진다. 분수광장에서 대천항 쪽으로 가면 대천항여객터미널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해변도로를 따라 조금 더 가면 남곡동 강당마을 갯벌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바지락 등 조개를 캐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입장료를 내면 장화, 호미 등을 빌려준다.

캠핑을 하려면 시민탑 광장으로 가야 한다. 머드광장 남쪽, 시민 헌장탑이 있는 곳이다. 탑의 양쪽으로 운치 있는 카페와 정갈하게 단장한 횟집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광장 끝에는 머드 체험관이 있다. 보령 머드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다. 시민탑 광장 왼쪽에 있는 소나무 숲. 여기가 캠핑장이다. 더 가보자. 머드 체험관 뒤쪽, 그러니까 대천 해변의 남쪽 끝, 기암괴석의 바위가 바다로 뻗어있다. 갓처럼 생기기도 했고, 고려 말 왜구의 침입이 잦을 때 김석우 장군이 이곳을 지키며 갓을 걸어 놓았던 바위라 해서 ‘갓바위’란다.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축제로, 보령머드축제

대천해수욕장에선 선크림은 노, 잿빛 머드팩이라야 오케이다. 벌거숭이 남녀들이 머드를 바가지 째 뒤집어쓰고는 씨름을 하고 갯벌에 다이빙한다. 진흙을 온몸에 바르고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깔깔거리고, 흙투성이가 되어서도 마냥 즐겁단다. 난장에 가까운 모습을 곁눈질로 눈요기하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보령머드축제는 이제 가장 신나는 여름축제가 됐다. 보령 일대 청정 갯벌 진흙은 게르마늄, 미네랄, 벤토나이트 등 성분이 많아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단다. 그래서 보령시는 이 벌흙을 가공해 머드 화장품을 만들고, 여름이면 사람들을 불러 모아 한바탕 축제를 연다. 올해는 오는 17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간 열린다.

보령이 낳은 걸출한 문인 이문구는 ‘관촌수필’에 이렇게 썼다. “세월은 지난 것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새로 이룬 것을 보여줄 뿐이다. 나는 날로 새로 이루어진 것을 볼 때마다 내가 그만큼 낡아졌음을 터득하고 때로는 서글퍼지기도 했으나 무엇이 얼마만큼 변했는가를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새 것이 모두 좋은 건 아니다. 대천해수욕장에 가면 하얀 목화실로 조개껍데기를 엮어 목에 걸던 그 순정한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백사장에 다보도를 바라보고 앉아 노을빛에 물들어 분홍색으로 변한 엽서에 편지를 쓰고 싶다.

 

함께 하면 좋다

■보령8경 | ‘택리지’를 쓴 이중환은 ‘충청도에선 보령이 산천이 가장 훌륭하다’고 했다. 다 볼 수 없다면 보령 8경을 돌아보는 게 만족도가 그래도 높다. 1경은 대천해수욕장, 2경은 무창포해수욕장이다. 3경은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보령호, 4경은 충청 최고의 절경이라는 영보정이 있는 오천의 충청수영성, 5경은 맑은 물이 시원한 성주산자연휴양림, 6경은 기암절벽 죽도, 7경은 천연기념물 외연도, 8경은 은빛 억새로 유명한 오서산이다. ■무창포해수욕장 | 무창포해수욕장은 한 달에 너덧 차례씩 석대도까지 바닷물이 갈라지는 신비의 바닷길이 흥미롭다. 길을 따라 해삼 소라 등을 맨손으로 잡는 맛이 쏠쏠하다. 아늑해 가족 피서지로 그만이다. 서해안에서 열린 첫 번째 해수욕장이다. ■냉풍욕장 | 여름이면 대천해수욕장만큼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 냉풍욕장이다. 청라면 의평리. 폐광인 땅굴이 있는데 여름이면 폐광 아래 찬바람이 더운 공기를 뚫고 올라오는 ‘천연 에어컨’이다. 명물은 냉풍욕장의 서늘한 물로 발을 식히는 ‘냉족욕장’. 등줄기가 짜릿할 정도로 서늘하다. ■석탄박물관 | 자녀들과 함께라면 석탄박물관에 들러보자. 냉풍터널로 꾸며져 에어컨이 없어도 시원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분 정도 하강하는데 마치 400m를 내려가는 느낌이다. 놀랄 건 없다. 음향 효과, 공기의 흐름, 흔들림을 이용한 4D 시설이다. 연탄을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글/안순택·이성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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