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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화이부동 할 것인가, 동이불화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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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7.15 17:4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 정 호 백제문화원장

지난 달에 치러진 9급 지방공무원 임용 시험 문제 중 하나다.

 

[문] 다음 내용에 부합하는 사자성어는?

“다양한 의견을 지닌 사회의 주체들이 서로 어우러지면서도 개개인의 의견을 굽혀 야합하지 않는 열린 토론의 장을 만들자.”

① 동기상구(同氣相求) ② 화이부동(和而不同)

③ 동성이속(同聲異俗) ④ 오월동주(吳越同舟)

 

나는 매우 놀랐다. 공무원 되기가 어렵다고는 들었으나, 초급 시험이 이렇게 고난이도인 줄 처음 접했다. 더불어, 이런 덕목을 출제한 인사위원들이 존경스러웠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적어도 이 정도의 심성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화이부동의 출처는 논어다.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 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 공자는 군자의 태도와 소인의 태도를 명료하게 대비시켰다.

군자는 화이부동 한다. 의(義)를 숭상하므로, 올바른 것인가 아닌가를 판단하여 도리에 합당한 것만을 실현하기 때문에 편당을 짓지 아니한다. 남과 사이좋게 지내되, 의를 굽혀가며 좇지는 아니한다. 자기의 중심과 원칙을 잃지 않는다. 도리에 맞지 않으면, 무턱대고 어울리지 않는다. 부화뇌동(附和雷同)하거나 무리를 만드는 등 편협된 행동을 하지 않는다.

소인은 동이불화 한다. 이(利)를 숭상하므로, 이익을 둘러싼 분쟁을 야기한다, 이익이 된다 싶으면 우르르 몰려가고 시류에 편승한다. 자기 중심없이 휩쓸리지만 화합하지 못한다. 끼리끼리 몰려다니며 패를 갈려 싸운다. 도리에 어긋나도 이익을 좇는다. 행동에 자신의 이익을 우선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뭉치고 헤어진다. 배신행위가 다반사다.

장자의 산목(山木)편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이익을 위해 결합된 것은 궁핍, 재앙, 환난, 손해가 닥치면 서로를 버린다. 천륜으로 서로 묶인 것은 궁핍, 재앙, 환난, 손해가 닥치면 서로를 거둔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타자와의 관계는 인간을 규정하는 중요한 정체성이다. 가정, 학교, 직장, 단체, 사회 어느 곳이든 어울려 사는 것은 필수불가결의 조건이다. 이해관계나 권력구조에 따른 이합집산이 일어난다. 자신의 본마음을 뒤로하고 타인의 뜻을 따라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화목하고 조화롭되, 본마음을 지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화이부동은 나와 다른 ‘너’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강요하거나, 같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 다양성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열린 마음과 포용은 공존과 상생의 기본원칙이다. 거부하거나 배척하지 않고 화합을 해야 한다. 다양성을 보존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개성을 발휘해 크게 하나 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생물 종이 다양할수록 생태계가 안정된다. 한 품종만 있다면, 강력한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멸종하고 만다.

지금 대한민국의 이념몰이는 극단적이다. 보수와 진보,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다수와 소수, 관용과 배려가 없다. 각기 정당성을 관철하려고 치받고 증오심까지 내비친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기준에 맞추어 흡수하고 지배하려는 소인배의 생리가 상하 좌우에 모두 배어 있다.

화이부동보다는 동이불화의 유혹이 더 달콤하다. 잘난 척하는 사람, 아는 척하는 사람, 돈 있다고 과시하는 사람, 권력 있다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사람, 자랑질, 갑질이 자꾸 늘어난다. 호리현호색(毫利見乎色), 작은 이익에도 사람들은 얼굴색을 달리한다.

다양한 의견, 야합하지 않는 열린 토론의 장. 이는 민주사회의 바탕이다. 조직에 소속과 친분과는 별도로 자신의 바른 소신을 굽히지 않고, 중심을 지키는 사람, 화이부동 하는 사람이 많으면, 비리가 생기기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동이불화 하는 사람이 많으면, 앞날이 결코 밝지 않을 것이다.

배신정치라는 일갈에, 헌법 제1조 제1항이 뜬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민주공화국, 스펙트럼이 너무 좁다.

‘화이부동’ 어려운 문제를 풀고 임용된 젊은 공무원들에게, 민망하다. 그러나, 나는 그대들을 믿는다. 동이불화 하지 말고, 화이동화 해 주시게.

 

김 정 호 백제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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