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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멋진 늙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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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8.05 17:2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박 영 식 대전팝스오케스트라 ccd

공자님도 냇가에 서서 흘러가는 시냇물을 보며 탄식했답니다. ‘가는 것은 저 흐르는 물과 같구나(逝者如斯).’ 늙음에 이른 인생무상에 대한 탄식입니다. 육체는 20대를 넘어서면 꺾어집니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사람에 따라 정도가 다르긴 하지만 정신 역시 퇴색합니다. 나이가 들며, 확실히 기억을 인출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젊음과 늙음의 차이가 그것일까요? 내 생각에 구분은 ‘변화’가 아닌가 합니다. 변화하는 사람은 젊은 사람이고 변화하지 못하면 늙은 사람이라는 겁니다. 사람들은 오랜 시간 살아오며, 나름대로 경험을 쌓게 됩니다. 그 경험을 통해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행동방식을 선택하게 되는데 행동방식은 반복되며 습관으로 자리 잡습니다. 좋은 행동방식을 습관화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나쁜 행동방식을 습관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변화해야 합니다. 변화하지 못하면 늙음이 아니라 낡음이 됩니다.

끊임없이 탐구하는 자세가 당신을 변화시켜줄 것입니다. 낡은 당신을 버리고 새로운 당신을 선물해 줄 것입니다. 육체는 자연의 이치에 따라 늙어가지만 정신은 한없이 젊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시간에 쫓기고 사람에 쫓기면, 돈에 쫓기고 건강에 쫓기면, 빨리 늙습니다. 시간을 여유롭게 활용하고, 사람을 느긋하게 만나고, 돈을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심신을 단단하게 만들고, 그래서 젊게 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 다가오는 ‘100세 시대’를 위해서 말입니다.

그러려면, 연일 이어지는 근심과 걱정을 슬슬 내려놓는 작업을 해야 하고, 피고 지는 사랑과 미움의 끈을 누구나 미련 없이 대하는 현명함이 있어야 하고, 생존경쟁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평탄하게 만들어야 하고, 한 여름의 폭염과 열대야를 시원스레 날릴 줄 알아야 합니다.

이건 내 경험입니다만 괴로울 때 빠지기 쉬운 술을 잘 다스려야 합니다. 술을 다스리는 사람이 간을 다스리고, 화를 다스리고, 우정을 다스리고, 몸을 다스려야 합니다. 술을 다스리는 사람이 췌장을 다스리고, 행동을 다스리고, 사랑를 다스리고, 마음을 다스립니다. 야심(野心)에 찬 삼십대와 하심(下心)의 오십대를 비교해 보건대, 강산이 두 번 바뀐, 폭넓은 연륜으로 야심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하심에는 저절로 보이기도 하고, 욕망이 무한할 때에는 삶이 피곤했었는데, 조금씩 내려놓으니 육신이 편해짐을 느낍니다.

어느 날, 거울 속에 비친 내 머리카락과 얼굴을 물끄러미 보니, 언뜻 염색 안하고, 화장 안 한 자태가 그냥 갈치가 아닌 은갈치 같았습니다. 언젠가. 제주, 목포, 여수 등지에서 번쩍 번쩍 빛나는 은갈치를 맛있게 즐긴 기억도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그래! 인생 제2막을 은갈치처럼, 그래! 기왕이면 큰 인물로, 그래! 사회공헌자로 책임을 다하면서, 멋있고 맛있고 빛깔 좋은 인물로 살자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잠을 설치는 한 여름 밤, 뒤척이다가 사색에 잠겼습니다. 일생동안, 혼자 있을 때와 함께 있을 때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혼자 있을 때는 외롭고 함께 있을 때는 즐거웠던가? 진정으로 혼자, 진정으로 함께였고, 혼자, 함께 구분이 명확한 것인가? 그때그때마다 꾸준한 노력과 조화가 행복이요, 만물의 영장인 사람무리의 긴 여정이 아닐까요?

뜨고 지고, 차고 기우는, 흥하고 망하는, 해와 달, 인간사가 그러하니까, 우리의 늙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한 가지 희소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마침내, 유엔에서 연령기준을 재정립했다고 합니다. 미성년(0~17), 청년(18~65), 중년(66~79), 노년(80~99), 장수노인(100세이상) 이랍니다. 여러분은 삶의 5단계 중 어느 단계이십니까? 남은 청년, 중년과 노년, 장수를 위하여! 멋진 늙음을 위하여! 고마워요, 유엔.

박 영 식 대전팝스오케스트라 C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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