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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로하선] 잊어서는 안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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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8.27 17:2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스라엘의 신병교육엔 마사다 참배가 필수과목이 돼있다. 마사다는 유대인이 로마에 맞서 싸웠던 최후의 보루다. 서기 73년 로마군의 공격에 1000명에 가까운 저항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후 나라 잃은 유대인들의 디아스포라가 시작됐다. 사관생도들은 이곳서 임관식을 하고 “마사다로 파임이 헬”(마사다의 비극이 다시 없기를)하고 외친다. 5월 2일을 2차대전 전승일로 기념하는 러시아는 6월 22일엔 조기를 게양한다. 히틀러가 침공한 이날에 조기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한편 다시는 침략을 당하지 않도록 힘을 기르자고 다짐한다.

▷중국은 일제가 민주를 침략한 ‘9·18 사변’을 국치일로 기억한다. 이날이 되면 ‘국치를 잊지 말자(勿網國恥)’, 9·18 사변 박물관 앞에 새겨진 ‘과거를 잊지 말고 교훈으로 삼자(前史不忘 後事之師)’는 말을 되새기며 행사를 갖는다. 일제에 치열하게 맞서 싸웠던 우리 독립운동가들은 “경술년 추팔월 이십구일은, 조국의 운명이 떠난 날이니, 가슴을 치면서 통곡하여라…조상의 피로써 지킨 옛집은, 백주에 남에게 빼앗기고서…눈물을 뿌려서 조상하여라….”(‘국치추념가’) 하고 노래를 지어 부르며 치욕이 다시는 없도록 다짐을 거듭했던 것이다.

▷영화 ‘암살’에서 암살조를 이끄는 안옥윤(전지현 분)은 하와이피스톨(하정우 분)이 매국노 몇 명 죽인다고 독립이 되느냐고 묻자 “그래도 우리가 싸우고 있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독립운동가들이 목숨 버려 싸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운동가들은 ‘망국(亡國)’이란 말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았다. 비록 국권은 강탈당했지만 강토가 있고 국민이 있으니 반드시 국권이 회복되리라 믿었던 것이다. 되찾아야 할 강토가 있고, 돌려받아야 할 주권이 있기에 목숨을 던져가며 싸웠던 것이다. 그래서 ‘망국’ 대신 ‘국치(國恥)’라 했다.

▷내일이 국치일이다. 조례가 제정된 대전시와 충북도는 조기를 내걸고, 광복회 회원들은 찬 음식을 먹을 것이다. 임시정부 애국지사들이 ‘뼛속 깊이 새긴 가장 비참하고 절통한, 오래도록 새겨야 할 날’로 기억하고 각성하는 마음에서 찬 음식을 먹은 데서 유래됐다. 어찌 광복회원들과 공공기관만이 기억할 날이겠는가. “제국 전체에 대한 일체 통치권을 완전히, 또 영구히 일본 황제에게 넘긴다”는 순종황제의 조칙을 떠올려보라.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과거는 반복된다.” 철학자 산티아냐의 ‘이성에 삶’에 나오는 구절이다.

안순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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