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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사랑 아닌 범죄, 데이트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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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12.10 17:29
  • 기자명 By. 충청신문

요즘 심심찮게 뉴스에 오르는 것이 데이트폭력이다. 데이트 폭력(dating abuse)이란 서로 교제하는 미혼의 동반자 사이에서, 둘 중 한 명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폭력의 위협 또는 실행이다. 이러한 데이트 폭력은 성폭행, 성희롱, 협박, 물리적 폭력, 언어폭력, 정신적 폭력, 사회적 매장, 스토킹 등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 등의 범죄는 매년 6천 건에서 700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트 폭력으로 숨진 피해자도 매년 50명 정도로, 한 주에 한 명 꼴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연인에게 강제 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지난해 680여 명으로 5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문가들은 “통계로 나타난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연인관계에서 이뤄지다 보니 폭력 자체가 은폐되거나 축소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발생되는 데이트 폭력은 더욱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이슈가 된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연인 사이에서 여자친구의 전화 받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자친구에게 무려 4시간 넘게 폭력을 행사하여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의 폭행 사건으로 인해 데이트폭력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으며, 이로 인해 데이트 폭력이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킴과 동시에, 잠재적 피해자들에게 스토킹 당하지 않고, 감금 당하지 않고, 얻어맞지 않고, 사진이나 동영상 유출 협박에 시달리지 않고 안전하게 이별하는 법인 ‘안전 이별법’이 최근 인터넷과 SNS 등에서 떠돌기도 하였다.

외국에서는 데이트 폭력 피해자를 위한 각종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등 범죄 방지에 주력해 우리나라와 대조적이다. 미국과 영국 등에는 데이트 폭력 피해자가 생기면 가해자로부터 격리하도록 법적 장치가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법적인 제도나 보완책이 미흡한 상황이다. 지속적인 괴롭힘(스토킹)의 경우 2010년 ‘경범죄처벌법’ 시행령이 개정돼 처벌 근거가 만들어졌지만, 실제 처벌된 경우는 미미하고, 1인당 범칙금도 8만 원 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의 경우 성폭력방지특별법과 가정폭력방지법으로 각각 제재할 수 있는 장치가 있는 반면에, 데이트폭력은 별도의 처벌 조항이 없어 통상적인 폭력 범죄로 분류하고 있다. 이마저도 가해행위가 명확한 신체적인 폭력, 성폭력 등 물리적 폭력이 있을 때만 처벌이 가능할 뿐, 협박이나 정신적 폭력의 경우 뚜렷한 증거가 없어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려워 처벌이 쉽지 않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는 생각들이 있기 때문에 이번 의학전문대학원 사건처럼 일반 상식보다 처벌 수위가 낮아지는 경우도 많다.

데이트폭력과 사랑을 착각하면 안된다. 데이트 폭력의 경우 피해자는 가해자와 정서적으로 가까운 관계인만큼 폭력이라고 인지하기 쉽지 않다. 또한 여전히 데이트폭력 피해자에게 문제가 있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 피해자가 침묵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이다. 하지만 데이트폭력은 사회적 범죄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고, 가해자는 처벌받아 마땅하다는 올바른 인식을 갖는 사회적 문화가 조성되어야 하며, 데이트도 하나의 인간관계인 만큼 인간의 존엄성이 왜곡되면 안 된다는 인식을 분명히 갖고 있어야 한다.

만약 데이트 폭력이 있다면 바로 거부하고 반드시 주변 또는 성폭력 상담소 등 전문 유관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또한 최초 폭력발생시 가해자에게 폭력에 단호한 모습을 보여 중지를 요구하여야 하며 상대방이 용서나 화해를 구하려 들 때, 흔들리지 않고 설득당해선 안된다. 그리고 증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 치료 후 진단서를 확보하고 가해 일시, 장소 등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문자나 사진을 남기는 것도 나중에 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데이트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데이트 폭력이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고, 살인과 강간 등 점차 강력 범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무엇보다도 피해자들이 폭력의 위험으로부터 즉각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제도적 보호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행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에서 가정폭력의 개념 범위에 데이트 관계를 추가하는 방법, 피해자 보호명령 등을 통한 경찰의 응급조치 및 긴급임시조치 등을 마련해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도 명백한 폭력임을 법적으로 규정하는 방법 등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 데이트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성의식이나 성역할의 고정관념의 변화,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위한 캠페인, 예방교육, 강좌등 정책적인 장치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정진용 노은파출소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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