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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성적 공개 방침을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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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9.03.31 19:09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대한민국 교육의 운명이 거친 풍랑을 만난 조각배와 같이 흔들리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말부터 일제고사와 고교등급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가슴을 헤집어놓더니 급기야 지난 5년간 수능성적 자료를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와 지역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자료는 공개하지 않는다’라는 서약서를 작성한 국회의원에 한해 수험생 개인정보와 학교명은 삭제한 채 232개 시·군·구별로 지난 5년간의 수능성적 자료를 열람토록 한 뒤 가공된 자료만 외부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군·구별로 인문계 고등학교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명을 파악하고 전국단위의 고교 순위가 매겨지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하다. 또한 무엇이 학교와 지역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지 시각차를 주장하거나 두명 이상의 국회의원이 열람할 경우 누가 문제가 되는 자료를 유출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약서는 휴지조각이 될 것이 뻔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일제고사와 방과후학교를 빙자한 보충수업, 0교시가 학교를 휩쓸고 있다. 국제중, 특목고, 자사고 등 명문학교 열풍이 학원가를 휩쓸어 사교육비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학교자율화’라는 빛좋은 허울속에 지낸 1년간 이미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지쳐있고 더 이상은 견디기 힘들다. 여기에 수능성적이 공개되어 고교가 서열화될 경우 ‘공교육 위기’가 ‘공교육 붕괴’로 이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더욱 힘들 현실이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교육계와 시민사회만이 가졌던 것이 아니다. 교과부는 수능 성적 공개로 학교가 서열화되면 과열경쟁과 교육과정 파행 운영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수능은 대입전형을 위한 것이지 학술연구를 위한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던 바 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갑자기 입장을 바꾸고 대법원 판결이 나기도 전에 서둘러 수능성적 공개에 나선 것이다. 교육당국이 신뢰를 얻기보다 조롱의 대상이 되기를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전국단위 일제고사를 실시하고 이와 관련해 교사들이 교단에서 쫓겨났다. 예정에 없던 학업성취도 전수 평가 결과가 공개돼 전국이 들끓었으며, 일부 대학에서는 고교등급제 적용 파문이 일었고, 대교협은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금지를 해제한다고 공언했다. 우리는 교과부의 수능성적 공개 방침은 이러한 일련의 흐름과 밀접한 연관을 맺음으로써 서두르고 있다고 보며, 이로 인해 국민 모두가 온전히 누려야할 교육기회가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으로 본다.

이에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야 3당 의원들은 어차피 휴지조각이 될 서약서를 작성하고 수능성적 자료를 열람함으로써 정부와 여당이 의도하는 학교서열화와 특권 교육계층 조성에 들러리를 설 의사가 없음을 밝혀둔다. 따라서 수능 성적 공개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의 책임은 전적으로 여당과 정부가 져야할 것이다.

야 3당 교과위 소속 의원들과 학교서열화를 걱정하는 시민사회단체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이성을 찾아 수능성적 공개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한나라당은 고교등급제와 특권계층을 위한 교육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교육의 공공성을 높이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를 위한 교육 개혁에 힘써줄 것을 요청한다.



정진후/전교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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