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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본질은 교육적 가치판단 없는 일제고사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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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9.04.14 19:22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교과부는 최근 학업성취도 평가 관리체제 전면 개편이라는 보도 자료를 통해 작년 10월 일제고사의 재조사 결과 및 개선안을 내놓았다.

전교조와 교육시민사회단체, 대학의 교육학 학자들은 일제고사는 교과부가 밝힌 평가목적과 달리 전국의 학교를 서열화 시켜 파행적인 교육과정을 가져온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그럼에도 교과부는 채점과 집계와 보고만을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을 뿐, 문제풀이와 시험대비 등 1점을 올리기 위한 교육과정의 파행, 학교 간-지역 간 성적경쟁으로 인한 비교육적 상황에 대해서는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교육을 경제논리로 이해하는 교과부의 일제고사 강행이 문제의 본질이다. 산출 결과를 공개하여 경쟁하면 투입과정이 개선될 것이라는 사고가 교육을 망친다. 교육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학교수업 뿐만 아니라 가정적 요인, 문화적 요인, 학생의 학업성취 동기 등 다양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학교 교육의 목표는 성적뿐만 아니라 인성 함양, 민주시민 소양 형성 등 다양하다. 성적에 대한 투입관리를 강화하는 순간 다른 교육적 목적은 학교 교육에서 무시될 수밖에 없다.

교과부는 채점과 성적집계, 집계결과 보고가 오류라고 하였다. 그러나 진정한 오류는 교육주체의 의견수렴과 교육적 가치 판단 없이 표집평가를 전수평가로 변경한 교과부의 일방 통행식 행정이다.

또한 이번 재조사 결과 발표에서도 몇 가지 문제점이 나타난다.

먼저, 교과부는 전체 7.2%에 달하는 답안지가 유실되고 입력, 집계과정에서의 오류도 1만 6000건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가가 주관하는 평가가 얼마나 부실하게 치러졌는지를 명백하게 밝혀주며, 재조사 과정은 정확했는지 의심을 갖게 한다. 이미 재조사 과정에서 담당자들이 정확한 재조사보다는 오류를 덮어두고 1차 보고된 내용에 짜맞추기를 시도했다는 현장의 비판이 제기됐음을 알아야 한다.

또 수능방식의 평가관리와 채점단 구성으로 학교현장은 10월 한달을 평가관리를 위한 비상대비기구로 만들 것이다. 그리고 초등학교에서 경험도 없는 수능시험 방식의 평가체제를 요구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또 초6, 중3의 경우 평가 후 졸업을 하는 상황에서 졸업생의 성적을 근거로 그 학교의 성취도 수준을 획일적으로 평가하고 지원과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그리고 교과부는 평가대상 학년과 평가시기를 향후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조정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더구나 일제고사의 교육적 본질에 대한 논의는 제외하고 운영방식에 대해서만 의견을 수렴한다는 것은 일제고사 강행의 의사를 다시 한 번 밝힌 것에 불과하다. 또한 현 정부 들어 각종 공청회가 정부의 입맛에 맞는 단체와 사람만을 불러 모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임을 명백히 한다.

교과부는 7개 시도교육청과 63개 지역교육청에 기관주의와 경고를 줬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일제고사 성적조작과 채점, 보고의 오류는 교과부의 일방적인 일제고사 강행이 그 원인이다. 그럼에도 시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에 대해서는 주의와 경고를 주고, 정작 책임의 당사자인 교과부 스스로는 ‘적절한 조치 예정’이라며 무마하려는 것은 전형적인 책임 떠넘기기에 다름 아니다.

이어 교과부는 초3 기초학력진단평가를 3월로 변경한다고 했다. 초3 기초학력 진단평가는 3학년 교육과정까지의 3R(읽기, 쓰기, 셈하기)에 대한 평가이다. 그런데 이를 3월초 교과학습 진단평가와 병행해 실시하겠다는 것은 초등교육과정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행정이다. 교과부는 학교현장의 요구대로 적절한 시점에 문제은행을 통한 학교별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평가지원체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일제고사의 문제를 해결하는 답은 오직 하나이다. 전집평가를 표집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전교조는 10월에 치러지는 성취도 평가가 일제고사가 아닌 표집 형태로 치러지고 학교의 자율권과 학생, 학부모의 선택권이 보장되도록 할 것임을 명확히 밝힌다.


정진후/전교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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