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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소위 ‘김영란법’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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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5.18 15:4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 윤 환 건양대 국방경찰행정학부 교수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즉 소위 김영란법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이 법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김영란법은 공무원, 사립대학 교수, 언론인 등이 제3자에게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 초과의 고액 금품을 받으면 직무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직무와 관련 있는 사람에게서 3만원 이상의 식사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선물금액은 5만원 이내, 경조사비는 10만원 이내로 제한된다. 
 
이 법의 시행으로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 등이 감소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규제대상이나 방식, 범위 등에 있어서 위헌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법 적용대상이다. 법 제안 당시에는 공직자만 대상이었으나 입법 과정에서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 등 민간 영역이 포함되었으며, 적용범위와 방식에 있어서도 법치주의에 위반된다는 주장과 함께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있는 상태이다.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은 언론인과 사립교원을 제재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언론의 자유와 교육의 자주성을 제한하고 있으며, 금품을 받은 배우자 신고의무 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범위를 시행령에 규정하도록 한 법률조항 자체가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허용되는 금품의 범위를 법률에 대강이라도 정하지 않고 입법권을 사실상 정부에 넘긴 것이어서 위헌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처벌여부의 결정적 기준인 금품의 액수를 법률에 정하지 않아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도 주장한다. 김영란법이 애초 입법취지대로 공직사회 비리척결에 힘을 발휘할지, 시행 전부터 표류할지는 헌재가 어느 조항에, 어떤 식으로 결론을 내리느냐에 달려있는 셈이다.
 
또 농축수산업계에서는 법이 시행될 경우 소비감소 등 경제적 타격을 우려하며 한우와 굴비, 화훼 등을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한우, 굴비, 화훼 등은 단가가 비싸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내수경기가 위축되어 경제적 타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정부패척결이라는 공익성에 비추어볼 때 경제적 위축문제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측면이 있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김영란법을 둘러싼 문제의 핵심은 두 가지다. 즉 법의 내용이 정당한가와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란 법 격언이 있는 것처럼 지나치게 이상적인 법은 실효성이 없는 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 국제 사회가 평가하는 한국사회의 청렴도는 부끄러울 정도로 낮다.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OECD국가 중에서 최하위수준이다. 우리가 선진국임을 자부하고 선진국 대우를 받고 싶다면 현재와 같은 부패고리를 끊어야 한다. 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사회통념이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현재의 수준에 만족하느냐, 아니면 보다 맑은 사회로 도약하느냐 여부에 대한 결정은 국민들의 몫이다.
 
앞으로 법의 시행과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남아 있지만 청렴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법 취지를 살리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처벌대상과 범위를 보다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와 정당인은 광범위한 예외조항을 둬 빠져나갔다. 국민세금으로 보수를 받는 선출직 공직자야말로 이 법의 대상에 꼭 포함시켜야 한다. 공직자가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자신이나 가족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이해충돌 방지’는 ‘직무관련성 없이도 처벌할 수 있다’는 규정과 함께 애초 김영란법의 핵심 취지였지만, 국회 입법 과정에서 ‘지나치게 포괄적’이란 이유로 빠졌다. 이 부분도 어떤 형태로든 시행되어야 한다. 
 
김영란법이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부정부패척결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일부라도 달성한다면 대한민국은 분명히 보다 나은 사회가 될 것이다. 앞으로 부족한 부분에 대한 수정보완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우리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부패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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