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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논단] 카페인, 어느새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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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5.30 13:3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박수진 세명대 한방바이오융합과학부 식품영양학과 부교수

[충청신문=박수진 세명대 한방바이오융합과학부 식품영양학과 부교수] 며칠 전 한 지인이 야간 장거리 운전을 하던 중 졸음이 너무 쏟아져서 휴게소에 들렀다고 한다. ‘졸음, 싹’이라는 광고가 눈에 띄어 선택한 음료수를 마신 후 아주 놀라운 경험을 했노라고 했다. 즉, 음료를 마시고 휴게소를 나서자마자 졸음이 가시는 정도를 넘어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가슴은 쿵쾅거리고,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에 정말 깜짝 놀랐다고 했다. 결국 목적지에 도착하고도 잠이 안와서 아침까지 뜬눈으로 지새운 것은 물론 며칠째 불면으로 이어져 고생을 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각성, 두근거림, 불면은 섭취한 음료에 함유된 카페인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카페인은 커피, 코코아, 차, 과라나 열매 등 여러 식물에 존재하는 무색, 무취, 쓴맛을 가진 알칼로이드 물질이다. 카페인은 섭취 후 뇌혈관장벽을 쉽게 통과하여 중추신경 흥분 작용이 있고, 체내로 흡수되면 20분~45분 후에는 혈액에 도달하고, 원래 섭취한 농도에서 반으로 줄어드는 데까지 약 4~6시간이 걸린다. 즉, 섭취 후 8~12시간정도는 카페인의 작용이 지속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카페인은 적당량 섭취할 경우 피로해소, 진통, 운동력과 지구력 향상 등의 긍정적인 효능을 나타낸다. 그러나 과량 섭취할 경우에는 증상에 차이는 있으나 소화불량, 두근거림, 빈뇨, 불안, 불면, 두통 등의 부작용이 있다. 임산부가 지나친 카페인을 섭취할 경우에는 태아 성장발달 장애, 유산, 기형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더욱이 개인 차이는 있으나 카페인 섭취를 중단할 경우 12~24시간 후부터 두통, 피로, 우울, 졸음, 집중력 감소, 몽롱함 등의 부작용이 금단증세로 나타나 2일~9일 동안 부작용이 지속된다는 보고가 있어, 지나친 카페인 섭취는 중독 위험이 있을 수 있다.

카페인을 두통약이나 감기약 등으로 이용할 경우에는 복용량이 제한되어 있지만, 초콜릿, 콜라, 코코아, 커피, 커피우유, 아이스크림, 초코과자 등 식품으로 이용할 경우에는 그 섭취량이 간과되기 쉽다. 게다가 이러한 식품류는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인기 있는 기호식품들이다. 최근에는 소위 ‘에너지 음료’로 분류되는 ‘고카페인 음료’가 등장하여 더욱 위협적이다. 1987년 오스트리아의 기업, 레드불(red bull GmbH)이 처음 출시한 ‘에너지음료’는 2013년 전 세계적으로 5만3870억 캔이라는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원래 에너지 음료 한 캔에는 80mg/250ml (32mg/100ml)의 카페인이 함유되어, 커피 한잔에 함유된 카페인 함량과 유사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음료의 실제 카페인 함량은 판매하는 국가마다 다른데, 이는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음료의 일일 카페인 허용량이 국가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페인 에너지음료는 카페인함량 표시와 더불어 어린이, 임산부, 카페인 민감자의 섭취 경고 문구를 표시하도록 하였고, 성인의 최대 일일 섭취권고량을 400mg 이하(2.5mg/kg)로 제시하고 있다(식약처 20 13). 그런데 국내 시판 에너지 음료의 카페인함량이 30mg~207mg 정도(2012년 식약처)인 것을 감안하면 종류에 따라서 하루 두 캔 정도를 마시면 최대 일일 섭취 권고량을 넘기게 되고, 이외에 초코과자나 감기약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카페인을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지나친 카페인 섭취와 그 부작용은 염려할 만하다. 

최근 국내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어린이, 청소년, 성인의 카페인 섭취 경로는 주로 ‘음료’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으며, 연령대별로 각각 12.1mg/d, 30.6m g/d, 86.9mg/d로 섭취하고 있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섭취량이 증가하였다. 카페인 함유 시판음료로는 에너지음료, 탄산음료(콜라 등), 커피, 자양강장음료, 가공유(초코우유, 커피우유), 코코아, 다류(녹차와 홍차) 등이 있는데, 최근 커피시장의 급속한 성장에 따라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커피전문점 등 청소년과 대학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도 카페인 섭취가 증가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특히, 청소년, 대학생 층에서 학업이나 취업 스트레스로 인해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되었으며, 청소년과 대학생들은 고카페인 섭취에 따른 부작용을 경험하지만, 그 부작용을 단기적인 각성효과로서 받아들여 오히려 고카페인 음료를 선택하는 이유가 되고, 반복된 섭취에 따른 금단증세나 수면장애, 중독 등을 경험하지만 그 위험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인 섭취량은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량이 일일 3시간 초과하는 경우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고, 특히, 카페인을 자주 섭취하는 고등학생일수록 공격성이 높고, 저녁형으로 생활하며, 수면시간이 적어 주간졸음증 유병율과 두통약 복용율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정부는 고카페인 함유 표시제와 학교내 매점과 우수판매업소에서 고카페인 음료 판매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은 그 표시를 대부분 확인하지 않았고 학교 밖에서 쉽게 구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가정, 학교, 사회적으로 건전한 카페인 섭취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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