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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섬마을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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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6.22 13:2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하헌선 대전동산초등학교 교장

[충청신문=하헌선 대전동산초등학교 교장] 해∼당화 피고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19살 섬 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 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 마오∼// 구∼름도 쫓겨가는∼ 섬마을에∼/ 무∼엇하러 왔는가 총각 선생님∼/ 그리움이 별∼처럼 쌓이는 바닷가에/ 시∼름을 달래보는 총각 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떠나지 마오∼//

위 노랫말을 가진 ‘섬마을 선생님’은 국민가수로 불리는 이미자 씨가 1967년 발표하자마자 크게 유행되었던 대중가요이다.

노래가 서정적이고 낭만적이며 애절했기에 1970∼80년대에 온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며 가장 많이 불리었다. 물론 지금도 많이 불리는 곡 중의 하나이다.

1970년∼80년대에는 비록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 못했지만, 탐욕스럽던 일부 계층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구분할 줄 알았고 바르지 못한 일은 멀리했던 순수하고 소박하며 곱고 아름다운 생활을 하며 ‘동방예의지국’의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황금만능을 추구하는 급속한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면서 도덕적 가치관이나 윤리 의식이 흔들리고 갈팡질팡하기 시작했다.

황금만능주의에 밀려 효(孝)나 애국 그리고 정직, 선행과 같은 절대적인 도덕적 가치관마저도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음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흔들리고 무너진 도덕적 가치관에 의해 발생하면 안 될 각종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고, 이번엔 아름다운 추억과 낭만으로 가득해야할 섬마을에서 천인공노할 사건이 발생했다.

흑산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낭만 가득한 섬이라 해도 누구하나 부인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흑산도 아가씨’라는 대중가요는 한 세대를 유행하며 아름다운 추억과 낭만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일부 사람들의 잘못 형성된 도덕적 가치관은 보람과 긍지로 제자들을 맞이했던 섬마을 선생님을 순식간에 엄청난 시련으로 내 몰았다.

흑산도에서 발생한 여교사 성폭행 사건은 우선 피해자 선생님이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임용시험을 거쳐 페스탈로치를 꿈꾸며 금년 3월에 흑산도에 발령받은 새내기 여교사이기에 가슴이 더 아프다.

아무리 도덕적 가치관이 흔들리고 무너진 막돼먹은 세상이라지만 자신의 자식을 훌륭한 사람으로 기르기 위해 섬마을까지 찾아온 선생님을 대상으로 입에 담기조차 싫은 몹쓸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 같은 인간으로서 부끄러울 뿐이다.

더욱이 수사 결과 가해자들은 사전에 공모한 정황이 드러난다고 한다.

인면수심의 가해자 3명은 계획적으로 차례대로 짐승만도 못한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고, 이들은 경찰 조사에 앞서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짓밟았다는 죄책감에 대한 반성은커녕 혐의를 벗으려고 입을 맞추는 모임까지 했다고 한다.

분노가 치솟지 않을 수 없다.

사건이 공론화되고 사회 문제가 되고 나서야 대책을 내놓느라 법석을 떠는 관계기관들이 차라리 안쓰럽다.

교육 당국은 여교사를 도서 벽지에 발령 내지 않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여교사의 증가 추세(2015년 기준 여교원 비율 : 초등학교 76.93%, 중학교 68.59%, 일반고 51.70%)는 계속되고 있는데 초등학교 교사들의 성비를 고려하지 않은 이런 즉흥적인 대책은 당연히 미덥지 못하다.

치안이 부실하고 지역사회의 텃세가 심한 벽지나 오지, 섬지방 등 폐쇄성이 높은 지역에는 여자 선생님 외에도 보건진료소의 간호사나 치위생사 등 여성 공무원 등도 이런 범죄의 위험지대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인 만큼, 사후약방문 격이 되었지만, 제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여성을 비롯한 물리적 힘이 약한 사람들이 안심하고 근무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주도면밀하게 조성하여 유사한 범죄가 재발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조치가 강구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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