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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양성평등, 남성우월 인식부터 걷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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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7.06 15:21
  • 기자명 By. 충청신문
2016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성평등을 주제로 한 각종 집회와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지난 5일 양성평등주간 기념식과 여성대회를 열었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하는 일·가정 양립-가족행복 활짝 대전경제 쑥쑥’을 주제로 시청에서 열린 대전 행사에서 권선택 시장은 “일·가정 양립 최고 도시로서의 대전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건양대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32회 여성대회에서 안희정 충남지사는 “양성이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출산과 육아를 한 가정 내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공통의 과제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두 옳은 얘기다. 일과 가정 양립이 가능하려면 출산과 육아가 우리 사회 공통의 과제가 돼야 한다. 충북은 오는 12일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와 한마음 축제를 청주아트홀에서 연다.
 
지역의 리더들이 관심을 갖는다면 양성평등의 실현은 훨씬 앞당겨질 것이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양성평등주간을 운영해야 할 만큼 우리 사회 여성인권의 현실이 부끄러운 수준이라는 뜻도 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크게 늘어났고 외형적인 인권보호 장치도 진일보한 듯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여전히 차별과 억압이 기승을 부리는 게 우리의 자화상이다.
 
여전히 고용과 승진에서 차별받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0개국 가운데 한국 직장 내 여성 임원 비율은 가장 낮다. 어느 나라보다 심한 소위 ‘유리천장’ 벽으로 차별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남녀간 임금격차도 2012년 조사에서 36.6%로 세계 주요 26개 국가의 평균 15.8%에 비해 무려 2.3배나 크다. 더 심각한 건 올해 임금격차는 37.2%로, 4년 전에 비해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거다.
 
더욱 우울한 건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현실이다. 전체 여성 노동자의 57.3%가 비정규직이고 이들의 임금 수준은 남성 정규직의 35.8%에 불과하다. 더욱이 비정규직 가운데 28%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가정의 양성평등도 요원하다. 통계청의 2014년 가사노동시간 조사를 보면 여성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시간은 3시간13분으로 43분인 남성의 4.5배에 달한다. 가사분담 조사에서도 남녀가 공평하게 분담한다는 답변은 16.1%에 그쳤다. 부인이 전적으로 또는 부인이 주로 맡는다는 답변이 80.5%였다. 가정의 숱한 부담은 오롯이 여성이 몫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뿐만 아니다. 여성은 주요 사회 범죄에 무방비다. 강남역에서 살인을 저지른 남자가 밝힌 “여성들이 자신을 무시했다”고 한 동기는 양성 사회에서 불평등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음을 웅변한다.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피해자 지원기관인 ‘해바라기센터’의 작년 이용실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전체이용자의 92.8%, 성폭력 피해자의 95%, 가정폭력의 피해자의 91.7%가 여성이었다. 이처럼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이 많은데도 ‘부부간의 일’이라는 구태의연한 사고 때문에 적절한 구제책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는 실정 아닌가.
 
이처럼 우리 여성들은 세계적인 양성평등의 흐름과 달리 이중 삼중의 차별과 여러 부담에 짓눌려 살아간다. 이를 하루빨리 고치지 않고서는 양성평등은 헛구호일 뿐이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남성우월주의부터 걷어내야 할 것이다. 남성들은 여성들이 가정과 사회, 나라의 번영과 평화를 위한 동반자라는 인식부터 다져야 하겠다. 대전과 세종 충남 충북 등 광역단체들이 ‘양성평등위원회’ 조직에 나서고 있다. 이 위원회가 양성평등 사회를 앞당기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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