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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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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7.06 15:22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 종 구 학부모뉴스24 편집국장
[충청신문=이종구 학부모뉴스24 편집국장] 7월하면 먼저 더위가 생각난다. 소서와 대서가 있고 그 사이에 초복이 있어 계절적으로도 더운 달이다. 그러나 학생들에게는 즐거움이 있다. 여름방학이 중순에서 하순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7월 달력을 보며 하루하루 다가오는 방학식 날을 세어 본 적이 있다. 방학식 날 신나는 발걸음으로 학교에 달려가곤 했었다.
 
요즘은 방학 중에도 학교에 가보면 학생들로 가득 차 있다. 중·고교는 보충학습 등으로, 초등은 각종 교과와 특별활동의 캠프로 쉴 틈이 없다. 방학 중에 학교에 오는 학생들을 보며 ‘방학 중에도 학교가 살아 있고 생동감이 넘친다’는 어느 학교의 담당자 말에 약간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쉴 땐 쉬어야 제 맛이 아닐까? 방학은 방학다워야 되는 게 아닐까?
 
요즘 각 교육청에서는 ‘학생들을 쉬게 놀게 하자’고 하여 놀이 시간을 확보하라는 공문을 학교에 시달한 교육청도 있다. 지난해에는 전국시도교육감이 모여서 ‘어린이 놀이 헌장’도 만들었다. 올해 5월 4일은 ‘대한민국 어린이 놀이 한마당’이 대전 엑스포 광장에서 열리기도 했다.
 
잘하기는 한 일인데 좀 개운하지 않다. 헌장을 만들고 놀이마당을 만들기 전에 우리 아이들이 즐겁게 학교를 오가고, 평소에 스트레스 받지 않게 좀 놀게 해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놀이 한마당도 그렇다. 필자는 5월 4일, 5일 엑스포 광장을 가 보았다. 각 학교와 유치원, 단체에서 만든 놀이 부스에 길게 늘어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어린이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그런 놀이를 1년 내내 할 수는 없을까? 참여한 학교와 단체들이 순번으로 연중 운영하면 좋을 것 같다. 
 
요즘 교육 현장에 부는 바람이 ‘혁신학교이다’ 혁신-革新, 가죽을 벗기고 새 가죽을 입힌다는 이야기다. 학교의 무엇을 혁신하고자 하는가? 교육과정의 혁신인가? 교육 방법의 혁신인가? 학교에 가보면 조금은 불분명하게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지금까지 교육이 얼마나 낡고 쓸모없기에 혁신해야하는지. 혁신학교와 같은 궤도로 행복교육이 있다. 학생이, 교실이, 학교가 행복한 교육이 되고자 함은 누구나 바라는 일이다. 다만, ‘혁신학교’가 이전의 교육 풍조처럼 몇 년 지나 사그라져 가는 일이 없기를 바래본다. 광복이후 미국식 교육을 받아들여 의무교육이 정착됐다. 그러다가 프로그램 학습, 자유 학습의 날, 탐구학습, 열린교육, 이제는 자유학기제이다. 모두 좋은 교육 방법이다. 다만, 실효를 거두도록 장점은 살리면서 새로운 방법을 발전시켜나갔으면 좋겠다.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교육은 미래사회에 적응하는 인간 육성이라는 수레에 인성과 창의성이 두 바퀴를 담당하고 있다. 교육 관계 기관만의 책임이 아니기에, 그리고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바라기에 인성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함께 협동하고 배려하고, 그러는 교육을 해왔지만 급변하는 사회 변화에서 파생되는 문제로 인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인성교육진흥법이 생기고 인성지도사라는 묘한 자격증도 생겨났다. 법과 지도자가 하기 전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의 억눌린 감정을 해소하고, 속에 파묻힌 울분을 표출하는 기회를 주어 아이들이 밝고 맑은 마음을 갖도록 함이 인성교육의 시발점은 아닐는지. 그래서 이번 여름방학에는 호연지기(浩然之氣)하는 방학이 됐으면 좋겠다.
 
삶을 개척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또한 창의성이 필요하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있는 것을 새롭게 재창조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늘 반복되는 일상속의 일과에서 벗어나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여유 있는 생활이 방학 중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창의성이 생긴다. 시인들이 시를 쓸 때 ‘삐딱하게 바라보기’라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늘 같은, 늘 해오던 대로가 아닌 좀 다르게, 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의 생각은 새로움을 창조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올 여름 방학에는 일상의 생활을 좀 다른 각도로, 좀 다른 방법으로 보아 자신의 창의력을 개발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2, 3년 전 필자는 모 초등학교 5학년들과 ‘새롭게 생각하기’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한자가 뜻글자이니 새롭게 뜻을 부여해 한자를 다시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했다. 한참을 생각하던 아이들은 정말 기발하고 멋진 한자를 만들어냈다. 몇 개의 예가 생각나는데, 孝는 아들이 하는 것이니 딸들은 子를 女로 바꾸기, 산불이 위험하니 山위에 火를 붙여 ‘산불화’라고 하기, 器의 네 개 口속에 卵, 菜, 醬, 肉을 넣어 ‘비빔밥’으로 하기 등 정말 참신한 생각들을 하는 것을 보고 우리 아이들이 정말 똑똑하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올해는 예년보다 더 더울 거라는 기상예보도 있다. 더위를 이기고, 평소에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시원한 여름방학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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