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충청포럼] 성실한 마음은 부(富)와 명예보다 값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6.07.14 14:3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민승림 칼럼니스트

[충청신문=민승림 칼럼니스트]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을 본다.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은 물론, 화장실에 다녀올 때도 습관적으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들여다본다.

이처럼 자신의 모습에 관심을 갖는 것은 스스로의 만족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비춰지는가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젊고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혹시라도 얼굴이 안 좋아 보인다고 하면 하루 종일 신경이 쓰인다.

이처럼 주변사람들에게 실제의 나보다 조금 더 젊고, 근사하게 보여 지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욕망일 것이다.

카메라가 귀하던 시절에는 기념일과 같은 특별한 날에나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만 요즘은 휴대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특히 ‘셀카(Self-camera Shot)’라고 불리는 사진들은, 현대인들이 남들에게 보여 지는 자신의 모습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게 해준다.

옷차림이 맘에 든다거나, 장소가 멋있다거나, 하는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들은 ‘셀카’를 찍고, 자신의 블로그나 프로필에 사진을 올린다.

한 장이라도 더 잘 나온 사진을 남기기 위해 얼굴이 갸름하게 나오는 각도를 찾고, 찍은 후 보정은 물론, 요즘은 아예 얼굴을 뽀얗게 보정해서 찍어주는 셀카용 앱(application software, app.)을 사용하기도 한다.

남들에게 근사하게 보이고 싶은 욕망은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야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특성이라 할 수 있다.

현대인에게 ‘셀카’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미술작품에서 ‘자화상’을 들 수 있는데, 화가들은 대부분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담아,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자화상(self-portrait) 이라는 용어는 라틴어 ‘protrahere’라는 말에 어원을 두고 있다.

이 말은 원래 ‘끄집어내다, 발견하다, 밝히다’라는 뜻으로, 이것이 발전하여 오늘날의 ‘초상화’라는 뜻의 portrait’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자아라는 의미의 self와 portrait가 합하여 이루어진 자화상은 ‘자기를 끄집어내다, 밝히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즉 겉모습뿐만 아니라 내면의 모습까지 표현해야 진정한 자화상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자화상을 그린 화가로는 빈센트 반 고흐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으나,고흐와 같은 네덜란드 화가인 렘브란트 반 레인(Rembrandt van Rijn, 1606~1669)은 자화상으로 자서전을 썼다고 할 만큼 많은 작품을 남겼다.

연구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렘브란트가 그린 자화상은 70~100여점에 이르며, 시기별로 보면 젊고 인기 있는 화가였던 시절과, 파산 후 가난하고 비참했던 말년에 가장 많이 그려졌다.

렘브란트는 20대부터 화가로서 이름을 날렸고, 아름다운 아내와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다.
이 시기에 그려진 자화상을 보면 귀족과 같은 화려한 옷과 여유로운 표정으로, 느긋하게 사람을 내려다보는 각도로 그려져 있는데, 부와 명예를 모두 가진 화가로서의 자신감이 느껴진다.

반면 말년의 자화상들은 초라한 옷과 주름진 얼굴에, 삶의 모진 풍파를 겪은 고단한 노년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실제로 1660년대 이후 렘브란트의 말년은 비참했다.

아내와 아들을 잃고 엄청난 빚에 시달리며, 가난한 장인들이 거주하는 작은 집에서 죽는 날까지 파산자로 살았다.

그가 잘나가던 시절 뿐 아니라,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기에도 많은 자화상을 그렸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신의 모습을 근사하게 남기고 싶은 것은 화가들도 마찬가지이며,늙고 초라한 모습을 남기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렘브란트가 살던 당시의 초상화는 오늘날 결혼식이나 기념식의 사진과 같은 역할로 그려졌다.

주문자들은 현실과는 동떨어지더라도 최대한 미화된 모습으로 그려주길 원했고,초기의 렘브란트 또한 사람들의 기대에 맞추어 보기 좋은 초상화를 많이 그렸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그는 겉보기에만 좋은 그림이 아닌, 인물의 내면이 담겨있는 초상화를 그리려 했고, 그 대상으로 자신의 모습을 선택한 것이다.

결국 렘브란트의 자화상은 단순히 한 사람의 인생을 시기별로 보여주는 그림이 아니라, 예술가로서 깊은 고민과 성찰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자화상을 통해서 한 인간이 겪은 삶의 굴곡을 솔직하게 보여주었고, 그러한 이유로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 사람의 얼굴은 하나의 풍경이며 한권의 책이다 ’라는 발자크(Balzac, Honoré de , 프랑스의 소설가)의 말처럼,얼굴은 우리가 살아온 날들을 나타내는 자서전이다.

얼굴의 근본 바탕은 세상에 태어날 때 이미 결정되므로, 자신의 얼굴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어떤 마음을 갖고 표정을 짓느냐에 따라 좋은 얼굴로 만들어 갈수는 있다.
‘셀카’에 찍힌 근사하게 보정된 자신의 모습에 만족해하는 것보다, 진실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루하루 자신의 얼굴을 조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렘브란트가 자화상에 슬픔과 고통까지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은, 그 어떤 순간에도 화가로서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순간 일지도 모르는 부와 명예보다,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마음가짐이다.

자신의 자화상을 화려한 색과 좋은 옷으로 치장하지 않아도, 내가 있던 자리가 빛나도록, 함께 했던 사람들이 소중하게 기억해 주는 삶이 되도록 노력해보자!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