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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수도사업 민영화 입장 분명히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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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9.05 15:54
  • 기자명 By. 충청신문
권선택 대전시장은 수돗물 민영화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시민단체 70여곳이 민영화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만은 아니다. 물은 시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다. 그런 문제를 다루면서 공론화 과정도 없이 ‘해놓고 보자’는 식으로 추진하는 모양새부터가 우선 말이 되지 않는다. 민영화든 위탁경영이든 물의 공공성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전혀 몰랐던 시민들은 이 같은 사태에 놀란 표정이다.
 
대전시가 상수도시설의 ‘아웃소싱’을 꾀하는 건 고도정수처리 시설에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일 터다. 시는 아직 갖추지 못한 고도처리시설을 설치하려면 1700억 원이 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상수도사업본부가 재원 마련을 위해 예산을 투자하는 민간기업에 일정 기간 운영권을 주는 형태로 시설을 만드는 방침을 세웠다는 게 사태의 골자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보면 시가 부담해야 할 상수도시설 비용을 시민에게 부담시키겠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지난달 31일 대전경실련과 대전시청노동조합 상수도 지회는 “대전시가 최근 상수원인 대청호의 녹조 발생 등을 빌미로 맑은 물을 공급한다며 상수도 시설에 민간 투자를 받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수돗물 민영화를 재촉하는 정수장 고도처리시설의 민간자본건설·운영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권 시장은 이 촉구가 나왔을 때 입장을 분명히 했어야 했다.
 
이들 단체는 “대전시가 정수장의 고도정수처리시설과 도수관로 건설에 민간자본을 투자받는 사업안을 민자투자사업심의위에 올렸다”고 했다. 또 “이 사업을 제안한 컨소시엄은 1800억 원을 들여 시설을 해주는 조건으로 25년의 운영권을 요구했다”고 했다. 민간투자사업을 제안한 컨소시엄이 포스코건설·계룡건설산업 등이 참여한 ‘KIAMCO’ 컨소시엄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렇게 진행될 때까지 시민들에게 쉬쉬한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고도정수처리 시스템은 기존 정수처리공정에 오존처리 후 입상활성탄 흡착방식의 여과기술을 추가하는 것이다. 수돗물에서 나는 특유의 맛과 냄새 제거는 물론 녹조에 따른 미생물과 소독 부산물 등 미량 유기물질을 거를 수 있다. 깨끗한 먹는 물을 시민들에게 공급하겠다는 충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그게 꼭 민간투자방식이어야 하느냐는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수돗물 민영화는 2007년 정부가 시도했다가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막혔다. 막힌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 사는 데 기본인 물이기 때문이다. 대동강 물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 우화가 상징하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물은 공공재라는 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 지금까지 수돗물 값을 현실화하지 못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대전시는 민간업체가 2단계 정수만 맡기 때문에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겠지만 민간에게 아예 넘기든 일정 기간 운영권을 주든 그로 말미암은 부작용은 본질적으로 같다. 시설투자비와 사업자가 챙기는 이윤만큼 물값 인상은 불가피하다. 혜택을 보는 쪽은 기업이고 바가지 쓰는 건 시민인데,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알 수 없다.
 
공공재인 수돗물을 경제재로 바꿔 상품화하는 것은 생명수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행위라는 걸 대전시는 정말 모른다는 것인가. 수돗물 수질 개선사업에 민간투자를 도입하는 것은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권 시장이 이에 대한 시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한편 공론의 장을 만들어 시민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깨끗한 물을 공급할 의무는 정부와 지자체에 있다. 아무리 사정이 어렵고 비용부담이 크다고 해서 민간에 넘길 일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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