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목요세평] 미풍양속과 김영란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6.09.21 13:22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하헌선 대전동산초등학교 교장

[충청신문=하헌선 대전동산초등학교 교장] 올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다. 그래도 추석은 지나갔다. 올 여름 늦더위의 꼬리에 맞이한 추석 연휴를 나름대로 보람을 찾으며 행복하게 보낸 모습에서 풍요로움을 찾아본다.

농경사회가 바탕이었던 우리 민족에게 전통 명절인 추석(秋夕)은, 중추절(中秋節)이나 가배(嘉俳) 또는 한가위라고도 불린다. 한해 농사의 마무리 짓기 위해 오곡을 수확하는 시기이기에, 추석은 풍성한 명절이기도 했다.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의 폭풍우를 이겨내고 거두는 값진 결실이기에 풍요로움을 가까운 이웃과 수확의 기쁨을 함께하고자 마음의 정이 가득 담긴 추석선물을 주고받는 미풍양속을 만들었으며, 웃어른 찾아뵙기를 비롯하여 달맞이, 추석차례 지내기, 성묘하기, 강강술래(강강수월래·强羌水越來), 널뛰기 등의 풍습도 만들어 냈다.

추석은 참으로 풍성하고 즐거웠던 명절로 머릿속에 남아 있다. 추석이 다가오면 문풍지도 다시 바르고, 집 주변의 풀을 깨끗이 깎아 손님맞이 집 단장에 정성을 다한다.

추석비슴으로 단정한 새 옷이나 신발 같은 선물도 받게 된다. 풍성한 차례 상을 차려놓고 추석빔으로 곱게 단장한 온 식구들이 정성껏 차례를 올리고 평소에 접하기 어려웠던 맛있는 음식으로 식사 후에는 가족들이 함께 성묘도 다닌다.
 
그런가 하면 풍성한 결실에 대한 감사와 기쁜 마음으로 널뛰기, 씨름 등 전통오락도 즐기면서 마을과 혈연간에 화합을 다진다. 추석은 정말 풍요롭고 뜻 깊은 우리의 전통 명절이다.

이러한 추석 풍속은 현대사회에 이르며 급속한 경제 발전과 가치관의 변화로 추석에 대한 개념과 본질도 많이 변했지만 아직까지 나름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산업화사회가 되면서 어쩔 수 없이 가족 분산이 초래되고 핵가족화 되었지만, 추석은 분산된 혈연이 다시 모여 화합과 결속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물질 만능에 찌든 현대인들이지만 아직까지 추석 명절이 되면 정이 솟아 친족과 이웃 등에 선물을 하고 조상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한다. 추석 명절의 미풍양속을 통해 나눔과 기부 문화를 승화시킨 선조들의 깊은 뜻과 지혜가 아직까지는 이어져오고 있다.

올해 추석 밥상머리 대화는 사드와 북핵 문제 그리고 그간 논란이 되어오다 얼마 전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이 의결되어 9월 28일부터 시행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속칭 ‘김영란법’)’이 화두가 되었을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012년 8월 처음 김영란법을 발표한 지 4년 1개월 만에 법적 절차가 마무리된 것이다. 맑고 깨끗한 사회문화 정착을 위해서 도덕성을 법제화하여 부정청탁과 부패를 척결하여 건전한 사회 조성과 공직자의 청렴성을 증진하자는 제정 취지에 일말의 반론 없이 적극 공감한다.

주요 내용은 그동안 수없이 알려졌고 정부 부처에서 논의됐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공직자와 언론인 등이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부조의 목적 등으로 받을 수 있는 음식물·선물·경조사비의 상한액이 각각 3만원, 5만원, 10만원으로 규정되어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개한 기준에 따르면 적용대상 기관은 4만919개이고 관련 인원도 대략 400만 명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공공 분야에서는 국회(국회의원 일부 조항 제외), 법원, 헌법재판소, 감사원, 선관위, 인권위, 중앙행정기관,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 국공립 및 사립학교 등이 총망라된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공직 유관단체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 그리고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언론사도 적용대상이 된다.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상식과 기본적인 도덕적 가치관 그리고 기존의 법만 잘 지키면 또 만들지 않아도 되는 법이 김영란법 아니냐? 는 것이 일반 서민들의 생각이다. 맞는 말이다. 기득권층이나 특권층의 부패나 청렴에 대한 도덕적 가치관이 바뀌지 않고 자꾸 법만 만들면 무엇하겠는가?

교직사회는 이미 지난 2005년부터 청렴문화 조성을 위해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사적이익을 취하지 않으며, 사교육 기관이나 외부업체와 부당하게 타협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교직윤리헌장’을 제정하여 스스로의 자정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자정운동은 어떤 법적 규제나 처벌보다 효과가 뛰어나고 지속 가능하다.

어째든 오는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이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까지 뒤엎어 앞으로 모든 명절을 ‘온정’보다는 법을 피해야 하는 ‘걱정거리’나 아예 이도 저도 하지 않는 ‘매정’을 나누는 명절로 자리매김할지 모른다는 노파심이 든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