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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족쇄(足鎖)

이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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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9.26 15:3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 혜 숙 수필가
[충청신문=이혜숙 수필가] 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녀가 목에 무거운 링을 걸고 있다. 예쁘장한 얼굴에 링을 한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찡한 게 안쓰러웠다. 카렌족이다. 
 
이 마을에 들어오기 전 입구에서 링을 저울에 올려놓고 전시한 것을 보았다. 이 마을 여인들이 한 링의 무게를 가늠해 보라는 뜻이다. 손으로 들기에도 무거운 무게였다. 친구 몇 명은 체험한다고 목에 걸어보고서는 그 무게에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무거운 링을 하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매우 귀여웠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우리 돈 천 원이나 일 달러를 주고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이곳은 태국 북쪽 치앙라이다. 태국 정부에서 고산족에게 관광수입으로 생활할 수 있게 만든 민속 마을이다. 고산족이 모두 내려와서 사는 게 아니라 일부만 와서 이곳 민속 마을에서 산단다. 태국 정부가 소수민족을 상품화한 것이다. 그들은 이곳에 살면서 산속의 부족에게 외면당하고 태국 국민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고 했다. 문명이 발달한 곳에 살던 사람은 산속에 살기 어렵고 그렇다고 전통을 버리지 않고 사는 부족이 태국 국민과 같은 생활도 하지 못하기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인 된 셈이다. 
 
이 부족의 여자들은 어릴 때부터 놋쇠로 된 링을 목에 걸어서 목의 길이를 늘이는 데 긴 목이 아름다움의 척도이기 때문이란다. 보통 5~6세 정도면 목과 팔, 다리 등에 황동 고리를 두른단다. 하지만 고리를 하는 사람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4살이라고 소개한 소녀는 벌써 4개의 링을 목에 두르고 있었다. 천진한 얼굴로 웃는 모습이 왜 그리 슬퍼 보일까.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데 여전히 무거운 링을 걸고 목을 혹사하는 이유가 무얼까. 진정 아름다움을 위해서일까. 우리 친구들은 자신의 목에 무거운 링을 걸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는지 가슴 아파하며 눈물을 흘리는가 하면 용돈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곳에 남자는 아이들 빼놓고는 볼 수가 없다. 카렌족 남자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가정을 책임져야 할 가장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게 매우 궁금했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생활은 여자들이 책임지고 있단다. 내가 만약 이곳에 태어났더라면 하는 오싹한 생각이 들었다.
 
이 여인들은 성인이 되면 링을 빼고 생활할 수가 없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링을 한 탓에 목을 지탱할 수 있는 목의 근육과 뼈가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죄를 저질렀을 때의 형벌이 링을 빼는 일이라고 한다. 목에서 링을 빼면 목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서 손으로 받치고 있어야 한다니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전통을 이어가고 미를 위한다지만 링을 목에 많이 거는 것을 금지할 수는 없을까.
 
미의 척도는 어디까지일까. 카렌족들은 아름다움을 위해 링의 수를 늘린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예뻐지기 위해 수없이 성형한다. 언젠가 선풍기 아줌마란 별명을 가진 여인을 본 적이 있다. 성형의 부작용으로 얼굴이 망가진 모습이었다. 성형하기 전 얼굴은 참 예뻤다.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 한 것이 중독되어 결국 자신을 망치는 결과를 낳았다.
 
아무리 외적으로 아름답다고 해도 내적 아름다움에 비할까. 진정한 아름다움은 당당하고 진취적으로 사는 모습이 아닐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남도 더불어 사랑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거라며 머리카락 하나도 깎지 않던 선조를 닮으라는 것은 아니다. 외모에 너무 치중하다가 인성을 잃어버려 짐승이 되고 마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거다.
 
우리는 참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아왔다. 깨끗하고 풍족한 환경에서 부족함 없이 살아온 내 삶이 고맙고 가족을 위해 힘써 일해 온 남편에게 한없이 감사한 마음이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불평하며 살아온 것이 부끄러워진다. 앞으로는 매사에 감사하고 만족하면서 살아야겠다.
 
천진한 얼굴의 아이들을 보니까 푼수처럼 오지랖이 또 발동을 건다. 좀 더 나은 환경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오고 싶어지는 것이다. 관광객을 상대로 사진을 찍고 수입을 얻는 대신 제대로 교육을 받고 문명의 혜택을 받으며 아이답게 지내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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