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요아침에] 최고의 교육환경은 사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6.10.16 14:2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박종용 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충청신문=박종용 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지난 14일, 필자는 대전광역시의회 박희진 복지환경위원장이 주재한 ‘학교교육 및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의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대전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었다.

필자는 대전 학생들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동·서부 학력 격차가 벌어지는 원인과 동부 지역의 학력 향상 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혹자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학생의 성적은 미래 직업 선택에 있어 폭넓은 결정권을 줄 수 있고, 직업에 대한 경제적, 정서적 만족감은 사람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그동안 대전시교육청에서는 동부(동구·중구·대덕구)와 서부(서구·유성구)의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본다. 초·중학교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학교 37개 중 32개 학교, 4년간 1억4000만 원이 지원되는 창의인재씨앗학교 3곳 모두 동부 지역에 있다. 2016년에 소신 있는 학교경영을 4년간 펼칠 수 있는 초등학교 공모교장 15개교 중 12개교가 동부 지역에 배정됐다.

이렇게 동부 지역에 행·재정적 지원을 많이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서부 교육격차현상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우선, 사교육 기회와 선택의 문제이다. 서부 지역에는 입시검정 및 보습학원이나 국제화 학원·예능학원 숫자가 동부 지역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그만큼 서부 지역의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뿐만 아니라 배울 과목에 대한 선택의 기회도 폭넓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고차원적인 문제를 해결할 때 그 가치가 도드라지는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는 인프라 문제이다. 서부 지역 학생들은 대전시립미술관을 비롯하여 이응노 미술관·대전예술의전당과 같은 문화시설, 시청을 비롯한 교육청·법원·경찰청·정부대전청사와 같은 공공기관, 국립중앙과학관이나 대덕연구단지 같은 과학시설이나 관계자로부터 보고 듣고 체험하게 된다.

반면에 동부 지역은 그러한 인적·물적 인프라가 빈약하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 부지에 도서관을 비롯하여 수영장이나 체육관 또는 영화관 등을 갖춘 마을융합형 학교 시설이 들어선다면, 학생들이 문화적 욕구도 충족시키고, 배경지식도 쌓을 수 있다. 물론 학교 개방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안전·보안 및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같은,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세 번째, 학부모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특색 있는 학교가 얼마나 있느냐의 문제이다. 정부에서는 초등학교 통폐합 지원금으로 교당 50억 원(61명 이상), 중학교는 교당 110억 원(120명 초과)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을 알고 있다. 우선 통폐합 지원금의 1/10 이라도 200명 미만의 소규모학교에 지원해서 특색 있는 학교 경영을 해 보도록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래도 학생 수가 교직원 수보다 적거나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어렵다면 통폐합이나 분교장 격하 또는 폐교를 고려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필자가 6학급 이하의 소규모학교에 네 번 근무했고, 그나마 충남과 경기도에서 근무했던 2곳과 모교가 폐교되었기에 더욱더 그러하다.

동부 지역에 특색 있게 운영되는 학교가 많아지면 학부모님들은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마음으로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학생 수가 어느 정도 도달할 때까지는 주소지에 관계없이 입학이나 전학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된다면 금상첨화이다. 국화 옆에 서면 국화의 향기가 저절로 전해지듯, 훌륭한 사람 곁에서 바람직한 성품을 갖추게 되는 변화를 기대한 것이다.

필자는 앞서 언급한 정책토론회에서 최신의 교육시설도 중요하지만 최고의 교육환경은 ‘사람’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하드웨어라도 그것을 누가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지우지 된다. 자녀를 시골 학교로 전학이나 유학 보내는 학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곳에는 특색 있게 경영하는 학교장이 있다고 한다. 리더의 역량에 따라 동일 조건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여 기초학력을 갖추도록 지도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선생님이다. 모든 선생님들께서 사명감과 열정을 갖고 학생 지도에 임하고 계시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듯이, 앞으로도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동부 지역 선생님들에게 다양한 배려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최고의 교육환경은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