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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음악 좋아하세요?

박상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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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3.09 16:3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박상희 피아니스트
[충청신문=박상희 피아니스트] 사람들과 대화할 때 가볍게 건넬 수 있는 질문들 중에 뭐가 있을까? 날씨 이야기와 더불어 가장 무난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음악 좋아하세요?’가 아닐까 한다. 흥이 많고 음악을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대화를 끌어내기에 더욱 안성맞춤 질문이다. 
 
하필 많은 관심사 중에 음악을 묻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의 직업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상대방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음악을 통한 그 사람의 취향이나 성격을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다. 
 
물론, 음악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서부터 머뭇거린다면 빠른 화제전환이 필요하겠지만, 살아오면서 인생에 남을만한 음악이 없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하다못해 어느 광고 음악이라도 말이다.
 
우연히 던진 질문에 좋아하는 음악이나 음악가가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대화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음악의 제목 하나만으로도 소통이 가능해진다. 무언의 대화 속에서 교신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마치 어린 시절 아주 친했던 친구를 다시 만난 기분이거나, 알 수 없는 동지애를 느끼기도 할 것이다. 왠지 긴 이야기가 불필요하게 생각되고, 바로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특정한 음악을 들으면, 그 시절 그 장소로 순간 이동하는 것 같은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내가 처음 샀던 음반의 첫 곡이라든가, 좋아하는 사람과의 첫 데이트에서 들었던 음악, 어린 시절 아버지의 기타 연주 음악 등등. 음악은 즐거웠던 기억이나, 슬펐던 기억, 행복했던 기억 등 많은 추억의 순간, 찰나들을 담아내는 이상한 마력을 가졌다. 
 
낯선 사람도 바로 친근하게 만들고, 시공을 초월하여 사진이나 영상보다도 더 강력한 추억을 담아내는 힘, 그것이 음악의 힘이다. 이러한 음악 힘을 빌려 상대방과의 거리를 좁히고 공감대를 끌어낸다.
 
무엇인가에 각인이 되어있다는 것은 자신의 경험에 굉장한 의미를 부여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행복해지고 싶을 때, 혹은 슬퍼지고 싶을 때에 그 음악을 다시 찾아듣게 된다.
 
음악적 취향을 통해 상대방의 성격이나 경험을 예측해 볼 수 있다. 미국 텍사스오스틴대학 사무엘 고슬링(Samuel Gosling) 교수가 실제로 음악을 통해 그 사람의 삶에 대한 진취적인 면모나 수용 능력을 예측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의 제자 제이슨 렌트플로우(Jason Rentfrow)와 조사한 흥미로운 자료가 있다. 재학생 수천 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음악적 취향을 조사하고 그에 따른 성격을 네 가지 유형별로 나누었는데, 그 결과가 흥미롭다.
 
첫 번째로는 블루스, 재즈, 클래식, 포크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사려 깊고 복합적인 유형이다. 정서적으로 안정되어있고, 새로운 경험에 대해서도 적극적이다. 평균 이상의 지능과 언어 능력을 가졌다. 
 
두 번째로는 락이나 얼터너티브, 헤비메탈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열정적이고 반항적인 유형이다. 개방적이고 신체 활동을 좋아하며, 평균 이상의 지능과 언어 능력을 가졌다. 
 
세 번째로는 컨트리 음악, 종교 음악이나 팝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낙천적이고 관습적인 유형이다. 일반적으로 쾌활하고 외향적이며, 양심적이고, 정치적으로 보수적이다. 융통성이 적고, 권력욕이 있으며 언어 능력도 낮은 편이다. 
 
마지막 네 번째로는 랩, 힙합, 소울, 펑크나 일렉트로니카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정력적이고 활동적인 유형이다. 매우 외향적이고, 쾌활하며, 신체 활동을 좋아한다.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말하기를 좋아하고, 진보적인 경향이 있다. 어디까지나 통계일 뿐 음악 취향에 성격 유형을 마구 대입하지는 말자.
 
재미있는 조사를 하나 더 소개하면 취향과 연령과의 관계를 연구했던 로버트 사폴스키(Robert Sapol sky)는 20세 이전에 들은 음악이 취향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얘기한다. 35세 이상이 되면 새로이 유행하는 음악이 있더라도 95퍼센트 이상은 찾아듣지 않는다고 한다. 
 
새로운 패션이나 도전에 관한 호기심은 23세, 새로운 음식에 관한 취향 형성은 39세 정도까지라고 말한다. 음악이나 음식, 문화에 대한 추구도 어느 시점에 이르면 어려워진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물론, 음악적 취향은 시시때때로 변할 수 있고, 복합적이기에 이러한 예들로 무엇인가를 특정 짓는다는 것은 억지일 수 있겠지만, 재미있는 관찰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입고 있는 옷이, 음식이 당신의 삶을 대변하듯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은 당신의 정체성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우리는 음악으로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고, 알 수 있다. 이야깃거리가 부족하다면 음악으로 풀어보자. 음악은 대화와 같다. 언어가 없던 시절엔 음악으로 의사전달을 하고, 신과 소통하기 위하여 인간은 음악을 발전시켰다.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 시름을 잊기 위해서, 혹은 누군가를 기억하거나, 뜻을 같이하기 위해 음악을 사용하기도 한다. 
 
백 마디 말보다 음악 하나로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추상적이기에 더욱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더욱 물어보고 싶어진다. 음악을 좋아하는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렇게 대화를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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