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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희정,‘소신 있는 정치인’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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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4.05 16:11
  • 기자명 By. 충청신문
안희정 충남지사의 첫 대권 도전이 막을 내렸다. 지난 1월 22일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출마를 선언하고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지 71일 만이다. 그러나 안 지사가 보여준 도전의 여정은 의미가 적지 않다.
 
사실상 친문(친 문재인)세력이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 지사의 경선 승리 가능성은 애당초 희박했다.그러나 그는 정권교체를 넘어 ‘시대교체·세대교체’를 내걸고 담대한 도전에 나섰고 완주했다. 한때는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독주하던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턱밑까지 따라붙으며 국민들이 요구하는 변화가 무언지를 정치권에 보여줬다. 무엇보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라는 분명한 소신을 국민에게 각인시킨 건 소득이라 할 만하다.
민주당 마무리 경선이 끝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안 지사는 “제 도전이 새로운 민주당의 출발을 위한 새로운 싹을 돋운 것이고 조만간 대한민국의 새로운 민주주의, 정치의 중심이 될 것이다. 국민통합과 시대교체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도전에서 ‘소신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친노 정파의 ‘적자’가 아니라 중앙정치의 중요 인물로 끌어올리는 힘이 됐다.
 
그가 말하는 시대교체란 ‘투쟁의 시대’와의 결별이자 ‘화합과 미래로의 전진’이다. 진영논리에 매여있는 야권의 다른 주자와는 확연히 다르다. 보수 중도 진영이 지지를 보낸 건 이처럼 유연하고 합리적인 접근 방식 때문일 터다. 그는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해 보수와 진보가 합의해야 할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여러 번 말을 바꾼 문재인 전 대표와 달리 처음부터 “이미 결정된 사안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포퓰리즘 공약에 대해서도 “국민은 공짜 밥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군 복무 단축 공약도 “표를 의식하는 정책 공약으로는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진영’에서 보자면 거꾸로 가도 한참 거꾸로 가는 ‘소신’이다. 대선 본선은커녕 경선에서 떨어지려고 작정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도 “전통적인 여야 지지 기반으로부터 버림받을지도 모르는 두려움의 길”이라고 인정했다. 그 길을 소신 있게 걸었다.
 
쓰라린 경험도 했다. 지지율이 20%를 넘보는 선까지 올랐을 때 불거진 ‘선의 발언’ 논란은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지율은 순식간에 10%나 빠졌고, 회복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문 전 대표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안 지사는 “경선 과정을 통해 새 시대에 도전한다는 두려움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고 했다. ‘대연정’에서부터 ‘선의’ 발언에 이르기까지 한 달 반 이상 뉴스 머리를 장식했던 핵심이슈에 대해 “충분히 뒷감당할 만큼 실력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자책이 솔직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방향이 잘못됐다는 생각은 한순간도 가져본 적이 없다. 제 소신이었고 제가 살아온 인생이 컬러이고 맛이어서 후회하거나 반성할 대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적폐청산과 국민 통합을 어떻게 조화롭게 펼칠 건지 말하라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안 지사의 대연정·선의 발언은 대통령 탄핵 결정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나와 오해를 부른 측면이 없지 않다. 타이밍이 문제였지, 시대의 요구였던 셈이다.
 
안 지사는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이번 경선에서 패하면 대권에 다시 도전하겠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5년 뒤 치러질 제20대 대선출마는 예약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 다시 나설지, 지방선거를 포기하고 중앙 정치무대로 진출할지 다음 행보가 관심거리다.  이번 경선 과정에서 배운 점을 발판으로 삼아 더 실력을 쌓는다면 좋은 성취가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대화와 타협의 새로운 민주주의를 꼭 만들겠다는 합리적이고 소신 있는 정치인을 얻게 될 것이고, 충청은 ‘충청 대망론’을 다시 꿈꾸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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