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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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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4.06 17:0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박상희 피아니스트

3년 전 봄, 그 해에도 힘이 다 한 겨울과 꽃으로 무장한 봄은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수학여행 시즌을 맞아 들떠있었고, 나는 그런 학생들이 귀여워 ‘여행이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다.

난데없이 뜬 속보에 세월호 소식이 있었다. 어마어마한 참사 소식에 모두가 놀랐다. 그리고 우리는 생각했다. 곧 구조가 될 거야, 요즘같은 세상에 못 할 일이 뭐가 있겠어, 큰 일은 없겠지. 얼마 안 있어 다시 속보가 떴다. ‘전원 구조’. 그럼, 그렇지. 안도의 한숨을 쉬려는데 소식은 계속 번복된다. 결국은, 아주 슬픈 소식만이 사실로 남았다.

슬픔을 넘어선, 분노와 자책의 뒤섞인 감정이 세월호를 통해 수면 밖으로 드러났다. 말도 안 되는 해명과 무책임한 수습으로 세상이 시끄러울 때에도 많은 사람들은 ‘기억’이 가진 힘을 빌어 미미하지만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만들어냈다.

자칫 다른 사건으로 변질될 수 있었던 위험도 질긴 생명력을 가진 ‘기억’으로 꿋꿋하게 버텨냈고, 드디어 지난 3월 22일에는 그토록 바랐던 선체 인양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진실을 끌어올리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그 배에 탔던 모두의 넋이 편안히 쉬게 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톡특한 방법으로 세월호를 기억했다. 노란 리본을 옷에 달거나 차에 붙이기도 하고, SNS상에서 이미지를 올려 뜻을 함께하기도 했다. 상영 전부터 논란이 일었던 영화 ‘다이빙 벨’, 커다란 고래를 타고 날아오르는 희생자 학생들을 그린 일러스트, 곳곳에서 추모 전시회, 공연, 집회 등이 잇달았다. 세월호의 아픔을 시와 음악, 그림에 담아냄으로써 사람들은 교감하고, 소식을 널리 퍼뜨렸다.

곳곳에서 쉽게 눈에 띄었던 세월호 진상규명 천막 속에서 적어갔던 이름 하나로 어떻게든 보탬이 되고자 간절히 바랬다. 세월호 유족 가족들은 그림과 사진 등으로 추모 전시회를 열었고, 세월호 가족 극단을 만들어 슬픔 속에서도 꿋꿋하게 메시지를 이어갔다.

여러 아티스트들이 모여 만든 추모 앨범에는 대중음악인들이 만든 ‘그 봄을 아직 기다립니다’, ‘다시, 봄’,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싱글 앨범 ‘내 영혼 바람되어’, 재즈 작곡가 이지혜의 앨범 ‘April(4월)’, 김슬기와 김유단의 싱글 앨범 ‘안부(安否)’가 있다.

올해 3주기 추모를 위하여 발표되는 추모 앨범으로는 문화예술인 100여 명을 비롯한 여러 분야 종사자들이 뜻을 모아 만든 음반사 악당이반의 ‘미안(未安)’이 있다.

그리고 팽목항에서 4.16km 떨어진 무궁화 동산에는 배우 오드리 햅번의 뜻을 이어 받아 그녀의 아들 션 햅번 퍼레어가 조성을 제안한 30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심어져있는 '기억의 숲'도 있다.

세월호 추모 음악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음악인들이 자신의 재능으로 유가족을 위로하고, 성금을 모으는 자리였다. 마지막 연주가 끝나자 희생자 학생의 어머니가 직접 무대에 올라 ‘기억해주어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하루도 눈물이 마르지 않았을 얼굴과 피로가 역력한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감사의 말씀과 진상 규명에의 호소를 잊지 않는 모습이 매우 간절하고도 굳세어보였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도움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건네는 손길마다 찾아가 서로 마주잡으려 하는 모습에서 뜨거운 마음이 전해짐을 느꼈다.

세월호의 인양이 시작되던 날, 답답한 마음이 시커먼 동굴이 되어버린 그 날에, 하늘에 ‘노란 리본’ 형상을 한 띠구름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어렵게 바다 위에 떠오른 선체를 보자 아이들의 절규가 들리는 것 같아 너무 괴로웠다. 아주 고통스러웠을 순간을 그 어린 마음으로 어떻게 맞이하였을지 가슴이 미어졌다.

3월 30일, 세월호는 부슬비를 맞으며 많은 이야기를 담고 마지막 항해를 하였다. 자신을 찾아달라는 아이의 눈물이라 말하는 유가족 어머니의 인터뷰가 가슴을 친다.

우리는 이 일을 영원히 기억해야한다. 모두의 가슴을 울렸던 그 이유를 기억해야한다. 돌이킬 수 없음에 대한 아픔이든, 상실에 대한 슬픔이든, 민낯이 드러나 버린 현실에 대한 부채감이든, 무엇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한 뜻으로 움직이게 하였는지를 잘 알고 잊지 않아야한다.

남겨진 현실을 직시함으로써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많은 이야기들이 힘을 잃지 않고 끝까지 밝혀지기를, 안전한 행복을 염원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박상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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