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섭 글
씨앗
어느 바람이 부는 들판에 나는 떨어진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죽어가고 있는데
어떤 발소리가 들렸다
그 발소리가 나에게 물을 주고
편안한 흙을 덮어주며 길러주어도
나는 자라나지 않는다
발소리가 나처럼 흙으로 돌아갔을 때
나에게 황금꽃이 되었다
그 후로 나는 뽑히지도 않고
추위와 바람도 이겨낸다
그래서 나는 그 발소리 곁에만 있는다.
한준섭 군의 시는 시적 대상에 대한 단순한 느낌으로 말하는 어린들의 차원을 훨씬 넘어서 있다.
심상을 무엇에 빗대어 말하면서 어떻게 하라는 일갈의 메시지가 강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대한출판사. 한준섭 글. 유인종 발행. 109쪽.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