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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우리 꽃 보러 가자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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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4.25 16:32
  • 기자명 By. 충청신문
 
[충청신문=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봄날이 좋으니 봄꽃이 눈부시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이 한꺼번에 피고 져가니 영산홍과 꽃 잔디, 저 먼 산마다 산 벚꽃과 주위엔 온통 복사꽃이 화사하다. 원래 꽃을 좋아하는 나는 꽃을 일부러 보러 다닌 지가 꽤 오래된 것 같다. 물론 집 마당에서 봄, 여름, 가을에 피는 꽃과 겨울에는 눈꽃도 볼 수 있어서겠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 더 먼저일 것 같다. 
 
꽃이라면 환장하도록 좋아하여 꽃이 내 전부처럼 알고 지낸 날들이 꽤 길었던 것 같다. 매일 매일 피고 지는 꽃을 보면서 향도 맡고 꽃잎도 먹어보고 눈과 코와 입이 호사를 누려 기쁨과 희망을 맛보았다.
 
그런데 요사이는 어쩌자고 꽃이 피고 지는지도 모르고 사는지. 조금만 나가면 꽃 천지거늘 꽃구경도 제대로 못 하고 있으니 아니 꽃에게 오랜 시간 눈빛을 주지 않은 것이 맞다 할까. 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저절로 웃어지는데, 게으름으로 나 자신에게 이렇게 각박하게 굴 일은 무엇인가. 곧 꽃구경을 가야 할 것 같다.
 
Wee 클래스는 아이들의 공간이다. 상담과 프로그램시간 외에도 쉬는 시간이든 점심시간이든 또래끼리 달려와 뒹굴기도 하고 속삭이며 게임도 하고 더러는 거친 대화도 함께 재잘댄다. 
 
신입생들과 많은 시간을 지내다 보면 해마다 더 활발하고 대부분 자기주장도 강하고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이 눈에 띄게 다르다. 좀 극성맞다고 할까. 학기 초에 뛰다가 몸을 부딪치지 않게 책상과 의자를 한쪽으로 치우고 푹신한 퍼즐매트를 깔아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곳에서 새봄 새싹이 쑥쑥 커서 금세 큰 나무가 되어가는 싱그러운 아이들의 모습을 매일 지켜본다. 이대로만 자라준다면 더할 나위 없는 건강한 학창시절이거늘. 이곳은 에너지가 넘치는 또래들 틈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마음이 아파 외로운 애들도 있다. 
그냥 쳐다보기만 하여도 마음이 아프고 무척 걱정이 된다. 교실 한구석에서 혼자 쪼그려있거나 누워 있는 아이, 교과실로 가거나 복도를 지날 때면 머리를 숙이고 늘 혼자 다니는 애의 모습을 볼 때는 더욱 그런 마음이 든다. 또 운이 없는 날은 친구들의 놀림으로 하루 종일 울고 있다. 
 
누가 이 조그만 마음을 이토록 힘들게 하였을까. 유독 희망이에게 마음이 쓰여 산책을 가자 하여 걸은 날도 그는 땅만 바라보며 걸었다. 
 
나무를 만져보게 하고 풀과 꽃 이름을 크게 소리 내어 알려주니 고개만 끄덕일 뿐. 희망이는 그 아이도 모르게 내가 정하여 부르는 애칭이다. 
 
묻지도 않고 땅만 바라보고 따라 오는 아이 앞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아이도 멈춰 서면서 따라 하였다. 
 
“저 맑고 파란 하늘을 보니 기분이 어떠니”하고 물으니 “하늘을 올려다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한다. 
 
아이가 긴 시간 동안 처음으로 입을 떼어서 기쁘기도 하였지만 내내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를 어디서부터 도와야 할지. 이 아이도 나처럼 자신을 마음속에 가두고 사는 걸까. 친구들과 한참 뛰고 신나게 지내야 할 나이에 무기력한 큰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안쓰러웠다. 
 
꽃을 보면 예쁘다는 감정을 느끼고 하늘을 보면 시원하다고 하던지, 넓은지 파란지, 회색인지를 자기 느낌으로 표현할 줄은 알아야 할 텐데 말이다.
 
나는 좋은 이야기 보다는 남들의 힘든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듣는 것에 익숙해져 남들의 고민을 듣고 모두 소화해 내는 천직인 줄만 알았는데 감정에 휘둘려 힘들다고 외치고 있을 줄이야.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가 웃음도 적어지고 화가 치미는 것을 자주 느꼈다. 참 엉터리 상담자다. 자신을 케어할 줄 알아야 진정한 상담자로 아이들의 마음을 끌어내어 충분한 공감과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이다. 
 
이제라도 나 자신을 위해 쉼과 충전과 회복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예전처럼은 모자라도 원래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니 꽃과 자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웃음도 다시 많아지고 화도 삭이는 법을 꽃에게서 한 수 배우겠지. 
 
그리하여서 희망이 에게도 파릇파릇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주고 싶다. 곧 희망이도 매일 상담실에 찾아와서 쫑알거리는 조무래기 녀석들 틈에 끼여 잘 어울려 지낼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
 
희망아 우리 같이 꽃 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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