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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에] 신짜오(Xin chao), 헨갑라이(Hẹn gặp lạ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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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7.02 16:1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박종용 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신짜오!(안녕하세요)”

지난 6월 29일 목요일, 유네스코 아시아 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이하 아태교육원)에서 ‘다문화가정 대상 국가와의 교사 교류사업’ 최종보고회가 있었다. 이 사업은, 교육부와 유네스코 아태교육원에서, 다문화가정 대상국과 우리나라 사이에 교사 교류를 통해, 국내 다문화 이해도 증진 및 교류대상국 내 한국 이해도를 제고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

금년에는 26명의 베트남 선생님과 6명의 캄보디아 선생님들이 초청받았다. 4월 3일에 입국한 선생님들은, 사흘간 적응 연수를 거친 후 전국의 17개 초·중·고등학교에 한 명 또는 두 명씩 배치되었다. 우리 학교에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2명의 베트남 여자 선생님이 배정됐다. 4월 6일부터 Vũ Thị Thu(음악 전공)와 Trương Thị Hồng Phong(컴퓨터 전공) 선생님과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우리 대전화정초등학교에는 전교생 344명의 7%인 24명의 다문화가정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그 중에서 어머니의 국적은 67%가 베트남, 30%가 중국 이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빠른 속도로 글로벌화 되고 있는 추세라서, 우리 학생들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가야 한다. 이에 우리 학교에서는 문화적 감수성을 키우고 다문화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다문화교육 및 세계시민교육을 펼치고 있다.

작년에는 중국을 비롯하여 러시아·베트남과 여섯 차례의 교류를 했다. 중국 학생들과 학부모 400여 명이 함께하는 ‘한·중 청소년 문화교류 한마당’ 행사를 3회에 걸쳐 대전시와 공동으로 개최했다. 중국의 학교장과 언론사 기자 20여 명에게도 우리 학교 교육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러시아 학생들에게도 우리 학교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번 <다문화가정 대상 국가와의 교사교류사업>은, 베트남 선생님들이 우리 학교에 3개월 정도 근무하기에, 숙박부터 안전·의사소통·교통까지, 여러 모로 신경이 많이 쓰였다. 하지만 담당 교사 댁에서 홈스테이하면서 의외로 쉽게 해결됐다.

베트남 선생님들은 2주에 걸쳐 수업을 참관하고 베트남 문화에 대해 직접 가르치셨다. 베트남 전통모자인 논라(nón lá)와 전통의상인 아오자이(Áo Dài)를 20개씩 준비해 오시는 성의를 보였다. 학년별·교과별 다문화 관련 단원을 재구성하여 특별하고 재미있는 수업을 펼쳤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2시간씩 17회에 걸쳐 학부모님들에게 베트남어와 베트남의 지리·문화·역사에 대해 가르치기도 했다.

또한, 학생들과 현장체험학습을 함께하며 한국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두부·인절미·매실청 만들기를 비롯하여 감자 캐기까지 한국 문화를 체험하며 즐거워했다. 한국의 전통 악기인 가야금과 단소도 익혔다. 교직원 체육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킨볼이나 배구를 처음 해 보신다며 신기해했다. 교직원들과 대전의 명소인 계족산·한밭수목원·국립과학관도 둘러보았다. 베트남어를 배우는 학부모님과 오정동 농수산물시장도 견학했다.

베트남 선생님들이 방문한 이후 마치 제2 외국어와 같은 한국어를 배우며 축 쳐졌던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눈빛이 더욱 초롱초롱 빛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머니의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문화교육이 이루어졌으니, 이제 다문화 가정의 학생이라도 누구나 한글에 대해 어려움이 없도록, 그래서 종국에는 다문화라는 말이 사라져 한국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언어 교육을 강화해야 하겠다는 필요성을 절감했다.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다문화가정 학생이 많은 학교이기에, 학생들의 이러한 작은 변화들을 알기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기꺼이 이 사업을 실시했고, 내년에도 여건이 허락한다면 또 추진할 예정이다. 유네스코 아태교육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교직원들의 아낌없는 협조가 있었기에 감히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다문화교육 및 세계시민교육 철학에 교육공동체가 모두 공감하고 협력하는 모습에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회자정리(會者定離), 그렇게 84일간 정들었던 베트남 선생님들과 헤어지게 되었다. 6월 29일, Thu와 Phong 선생님은, 최종보고회 자리에서 참석자들에게 우리 학교에서 활동했던 내용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우리 학교 박지혜 선생님이 한국 대표로 환송사도 했다. 참석자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애틋하고 짠했다.

나는 행사가 모두 끝난 후 베트남 선생님에게 ‘헨갑라이(Hẹn gặp lại, 다시 만나자)’라고 말했다. 그들도 내가 웃으며 건넨 인사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박종용 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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