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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에] 용서하는 마음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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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9.10 16:3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겸임교수

삶의 오솔길에서 내 마음을 가장 인간답게 다스리는 명언을 듣고 마음속 깊이 새겨 본다. 하지만 환경과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내 마음의 변화에서 가장 두려운 것이 남을 미워하는 마음이 자꾸 생겨나는 것이다. 그 미워하는 대상은 업무적인 일로 의견이 상충될 때도 있지만 대화 중에 불협화음으로 상처받을 때도 있다. 더욱이 평생 동안 싸우는 횟수가 가장 많은 이가 자기 아내라고 한다. 불가에서는 전생에 가장 미워했던 사람이 아내가 된다고 하니 그것이 운명인가 보다.

생을 더하면서 가족이나 이웃 사람이 미워지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 것은 인지상정이리라. 그러나 인생사가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 서운할 때도 있지만 사생결단을 내고 싶을 만큼 미워질 때도 있다.

매스컴을 접하면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인물 중에 역겨운 사람이 많다. 어떤 사람은 몽둥이가 약일정도로 밉상이다. 그것은 활자로 보는 것이 실제로 보는 것보다 더 날카롭게 보여서인가. 아니면 실제로 보는 인물은 속마음을 잘 모르지만 활자로 소개되는 인물은 속속들이 그의 내면을 잘 파고드니 미운 생각이 더 깊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행동이나 생각이 여과없이 기사화되었을 때 개인에게도 치명상을 입게 된다. 이로 인해 국가나 사회에 손해를 너무 많이 끼치지 않을까. 그게 미워지는 원인이 된다.

때로는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도 해 보고 자비심도 가져 본다. 참으로 그 미움을 인력으로 고치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내가 그렇게 미워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들은 의외로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미움도 주관적이고 사람마다 다른 잣대를 지니고 있다.

자기가 낳은 자식이 밉다고 굶겨서 골방에 가두어 죽음에 이르게 한 악한 부모도 있다. 미워하는 것도 병인지 모르겠다. 자기의 몸을 던져 남의 생명을 구하는 의인은 미운 마음이 털끝 만큼도 몸속에 붙어있지 않은 것 같다.

나는 6남매의 맏이이다. 형제들 중에도 행동에 따라 미운 동생이 있었다. 그때마다 다투기도 했다. 하루는 단둘이 복숭아를 먹고 있는데 복숭아 안에 벌레가 하나 꿈틀거리고 있었다. 내가 당장 그가 먹고 있는 것을 먹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그냥 먹게 두었다. 미워서 골탕을 먹이고 싶었다. 입속에 복숭아가 들어갔을 때 벌레가 있다고 했다. 그는 질겁하고 나와 한바탕 싸웠다. 지금도 철없던 그 시절이 회상될 때마다 쓴웃음을 짓곤 한다.

이 세상에는 미워해야 할 사람이 의외로 많다. 주군主君의 등 뒤에서 비수를 겨누는 자들, 주인의 뒷다리를 무는 견공 같은 사람,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며 남의 이익을 빼앗는 자들, 과연 이자들이 들개보다 나은 것이 무엇이겠는가.

인간을 평할 때 인간성, 인격, 사람 됨됨이의 그릇을 본다. 사람은 의리, 인간적인 도리가 있다. 상처 난 가슴에 소금을 뿌려대고 있는 인면수심의 짐승보다 못한 인간들, 입만 열면 국민, 유권자, 나라 걱정을 수없이 해대는 나부랭이도 곳곳에 부지기수다.

미워하여 살인을 한 최초의 사건은 아담과 하와의 아들 가인과 아벨의 불화다. 가인은 땅의 소산으로 제물을 삼아 여호와께 드렸고 아벨도 기르던 양의 첫 새끼와 그 기름을 드렸다. 여호와께서는 아벨과 그의 제물을 받으셨다. 그러나 가인과 그의 제물은 받지 아니하셨다. 가인이 몹시 분하여 그의 아우 아벨을 처 죽였다. 그렇지만 하나님은 가인을 죽이지 않고 그 후손이 번성하게 하셨다.

우리의 감성을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으로 나누고 있으나 태초에 이미 이 감정이 우리 마음속에 뿌리박혀 있었다. 그러나 인간은 미워하고 욕하기를 삼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세상은 법보다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을 더 소중하게 실행하려고 애쓴다.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줄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서적을 찾아 독파하면서 터득한 것은 ‘용서’였다. 용서는 미움의 마음을 내 안에서 쫓아버리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법정 스님의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에 ‘용서’는 가장 큰 수행이다. 남을 용서함으로써 나 자신이 용서받는다. 날마다 새로운 날이다. 묵은 수렁에 갇혀 새날을 등지면 안 된다. 맺힌 것을 풀고 자유로워지면 세상 문도 활짝 열린다고 했다.

미워하는 마음도 조금만 더 비춰보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고 때로는 용서할 수도 있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에서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는 건 바로 우리 자신 속에 들어앉아 있는 그 무엇을 미워하는 것이지'라고 했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은 때론 나의 어떤 모습을 미워하는 것일 수 있다. 누군가의 미운 모습을 우리 역시도 가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무턱대고 미워하기만 해서는 내 마음만 아프고 나만 불편하다. 차라리 그럴 수도 있겠네, 하면서 이해하고 용서하면 내 마음이 편하다.

미워하지 말고 용서하자. 미운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용서하자. 미워하는 마음에 갇혀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용서하고, 털어버리고, 새로운 날들을 살아가자. 예뻐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과 행복하기에도 짧은 인생에 남을 미워하면서 허비하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내 마음속에는 언제쯤 사랑으로 충만하여 미워하는 마음을 찾아볼 수 없는 꽃으로 피어날까.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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