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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논단] 자기계발서 말고 인문교양서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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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9.11 16:22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책을 많이 읽으라는 주문은 동서고금에 일관되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동양에서나 서양에서나 책을 읽으라는 주문은 계속됐다. 첨단 물질 문명이 지배하는 현 세대에도 책을 읽으라는 주문은 계속된다. 책을 읽으라는 주문은 아마 이후 세상에서도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왜 책을 읽으라는 주문은 끊이지 않는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책을 통해 앞선 세대 또는 같은 세대를 살고 있는 선각자들의 지혜와 지식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을 출간하기 위해 저자는 엄청난 지식을 축적하고 그것을 풀어내는 지난한 과정을 겪는다. 저자가 그토록 오랜 시간 고뇌하고 고생해서 세상에 내놓은 성과물을 가장 합법적으로 안전하게 취하는 방법이 바로 독서다. 책을 쓰는 사람은 대개 일반인을 뛰어넘는 지식과 혜안을 갖고 있다. 그 보통 이상의 사람이 오랜 시간 축적한 지식과 지혜를 일반인들은 독서를 통해 쉽게 얻어갈 수 있다. 그러니 독서를 주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읽어야 할 책은 무엇일까. 책이라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읽으면 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같은 시간을 투자한다면 양서를 읽는 것이 여러모로 유익하다. 대한민국 사회가 21세기를 맞기 시작하면서 ‘자기계발서’라는 분야의 책이 서점가를 점령했다. 자기계발서라는 책의 대부분은 불특정인들에게 의식과 생활의 변화를 통해 성공에 이르는 방법을 일러 준다. 그러나 그 저자들은 대개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자기계발서는 대개 얄팍한 지식을 기반으로 단순하고 획일화된 인생의 처방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 처방이 지쳐있는 현대인들에게 일시적으로 환각을 불러일으킬 만큼의 위안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당장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진통제 같은 역할은 할지언정 근본적인 치유의 길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가장 좋은 약은 체력과 면역력을 회복하게 해서 스스로 병을 고치게 하는 방법이다. 독서를 통해 체력과 면역력을 기르는 방법은 양서를 읽는 것이다.

책을 읽으라는 주문을 할 때는 암묵적으로 양서를 읽으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평생 금과옥조로 삼을 만한 내용을 담은 현인의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돈 버는 법, 자녀 명문대 진학시키는 법, 살 빼는 법, 단숨에 건강해지는 법 등의 방법을 기술서처럼 엮어낸 몽환적 책을 읽으라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성찰하고, 고뇌하고, 큰 틀에서 생각한 현인들이 남긴 묵직한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책의 일반적 개념이 양서에서 자기계발서로 넘어간 것은 20년 남짓이다. 현대인들이 읽는 책의 대부분은 자기계발서이다. 불과 20년 전만해도 책이라면 일반적으로 문학서를 비롯한 교양서적을 지칭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일반인들은 책이라 하면 자기계발서를 떠올린다. 주변에 보이는 책들의 대부분이 자기계발서다 보니 당연히 책이라는 일반 개념에 자기계발서가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자기계발서를 읽고 엄청난 책을 읽은 것처럼 떠드는 사람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책을 읽다’라고 할 때 책은 교양서를 지칭한다. 문학서, 역사서, 철학서 등이 대표적 교양서다. 교양서는 읽는 이의 내면을 성숙시키고 세상 보는 눈을 뜨게 해주는 신비로움을 갖고 있다. 얼토당토않은 논리도 일확천금을 실현시켜주겠다는 천박한 자기계발서와 비교할 수 없는 가치가 교양서 속에는 숨어있다.

책을 읽기 좋은 계절이다. 책 읽기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책을 읽으라는 주문은 지식과 교양을 넓히라는 주문과 일맥상통한다. 허풍으로 가득한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으로는 지식과 교양을 넓히기 쉽지 않다. 마음을 살찌우고 세상 살아가는데 혜안을 제공하는 교양독서가 절실하다. 그래야 세상에 윤기가 난다. 이 가을 책을 읽자. 자기계발서 말고, 진정한 교양서적을 읽자고 권하고 싶다.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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