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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에] 비익연리(比翼連理)의 인연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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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0.22 16:3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겸임교수

달포 전 제자의 주례 요청을 받고 흔쾌히 승낙을 했다. 성실한 제자이기도 했지만 그의 부친과는 고등학교 선후배 동문이며 직장 동료이기도 하다.

‘주례’하면 8년 전의 예기치 않은 불상사가 머리를 스친다. 그때는 여제자의 주례 일자를 일주일 남겨놓고 직장 행사 준비로 바쁘게 뛰다 공연장 현관 유리에 얼굴을 부딪쳐 눈 주위가 시퍼렇게 멍이 들었었다. 그뿐인가. 눈이 퉁퉁 부어올랐다. 아픈 것은 고사하고 주례 설 일이 막막했다.

이 모습을 하고 어떻게 신랑 신부 앞에 서며, 하객들을 볼 수 있겠는가. 마음고생이 태산이다. 누구에게 얘기할 수도 없고 부끄럽기만 했다. 알 없는 안경을 쓰고 들어갈까, 뿔테 안경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하는 수 없이 제자에게 이실직고를 했더니 ‘교수님! 어떻게 해요’ 하며 걱정을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신부대기실 옆에 신부화장을 하는 메이크업실이 있으니 짙게 화장을 해 달라고 하란다. 내가 걱정을 해주고 격려를 해야 되는데 오히려 제자가 걱정을 하고 있으니 면목이 서지 않는다. 얘기대로 표시 나지 않게 감쪽같이 화장을 했다. 참으로 놀라운 화장술이다. 제자의 지혜로 위기를 모면한 일을 생각하니 지금도 씁쓸한 웃음이 절로 난다.

주례사를 준비하며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이 마음을 긴장케 한다. 19세기의 말이긴 하지만 그는 결혼제도가 인류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노예제도라고 했다. 부부간의 관계가 지배, 복종의 관계에서 출발할 때 과연 그 결혼이 행복해지고 성공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신랑 신부 두 사람은 결혼의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많은 세월을 준비하며 기다려 오지 않았는가. 흔히들 결혼의 인연을 가리켜 ‘비익연리(比翼連理)의 인연’이라고 한다. 비익조(比翼鳥)는 암수가 각각 눈과 날개가 하나뿐이기 때문에 서로 만나 짝을 이루어야만 비로소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리지(連理枝)는 서로 다른 뿌리에서 자라난 줄기가 서로 엉켜 새로이 성장한 커다란 한 그루의 나무를 말한다.

이 세상의 수많은 사람 중에서 오직 이 두 사람이 이처럼 비익연리의 인연을 맺는다는 것은 이미 하늘이 정해놓은 이치가 아닐까. 사랑하는 제자의 결혼을 축하하며 주례사를 세상에 내놓는다.

아름다운 결실의 계절에 믿음직한 신랑과 천사처럼 아름다운 신부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거룩한 성일, 이 두 사람이 새로운 가정을 이루도록 훌륭히 길러주신 양가 가문에,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복된 결혼예식에, 자리를 빛내주신 축하객 여러분께 신랑, 신부를 대신해서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신랑을 직접 가르쳤으며, 부친과는 고교 동문입니다. 그리고 직장동료이기도 합니다.

늘 올곧은 삶의 면면을 보아 왔으며 훌륭하게 성장한 아들과 신부의 일생을 함께할 부부의 연을 맺어주는 주례의 자리에 서게 됨은, 큰 영광이자 대단한 인연으로 생각합니다.

신랑은 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건설회사에 근무하는,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입니다. 신부는 정성으로 신부수업을 하고 준비하며, 지덕을 겸비한 재원이기에, 부모님께 효도하고, 남편을 내조하는 일에도 정성을 다하는, 훌륭한 신부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이 세상에서 최고의 예술은 결혼이다’라고 말했듯이, 이 두 사람의 결혼이야 말로 너무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예술 같기에, 꿈꾸는 미래상까지도 일치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아름다운 한 쌍의 부부에게 인생을 먼저 살아온 선배이자 사제 간으로써 몇 가지 권면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삼사일언(三思一言)하라’는 것입니다.

한마디 말을 할 때 세 번 생각하고 하라는 것입니다. ‘말은 아낄수록 좋고, 글은 다듬을수록 좋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또 옛말에 ‘군자는 행위로써 말하고 소인은 혀로 말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허공에 내뱉어 버린 한마디의 말이, 화살이 되어 자기에게 돌아온다’는 말을 기억하여, 부부간에도 예의를 지키며, 희망을 주고, 힘을 주는 말을 하라는 당부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음으로 ‘부부는 일생의 동반자’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았기에 한 가지 사실을 두고도 생각이 더 많을 것입니다. 이제는 가야 할 방향이 하나이기에 동반자가 뒤처지면 기다려 주고 힘에 겨워하면 부축해주고 아플 때도 같이 아파하고 울어도 함께 울어주는 그런 부부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또 하나는 신랑과 신부는 양가 부모님께 지극정성으로 효도를 다하라는 것입니다. 연애는 본인들이 하는 것이지만 결혼은 양가가 하는 것입니다. 가족 친지들에게도 예의를 지켜, 섬기며 아름다운 가풍을 세워 나가시기 바랍니다.

인생은 마치 한 권의 책을 써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써 나가는 책 속에 두 사람의 영혼이 하나 되어, 사랑과 행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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