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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노키즈존’에 대한 제언

구미경 대전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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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1.05 17:20
  • 기자명 By. 충청신문
 
오늘 오래간만에 동창회에 손주를 데리고 나갔다. 우스갯소리로 요즘엔 손주 자랑을 하려면 일단 카드부터 내놓고 해야 한다는데, 카드를 내놓아도 좋을 만큼 손주 자랑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나있는 나는 요즈음 어딜 가나 손주를 데리고 다닌다. 물론 딸은 그럴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고는 한다. 
 
다들 손주가 있는 것에 대해 부러워한다. 혼기가 찼는데도 결혼 생각이 없는 딸이나 아들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의 ‘손주를 조부모가 함께 돌봐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부담스럽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상한 일이다. 딸이나 아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길 바라면서 그 아이를 함께 돌보는 일은 하기 싫다니. 심지어는 젊은 부부 둘이서만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면서도 말이다.
 
최근에 ‘노키즈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굉장히 생소한 단어라 몇번이고 딸에게 다시 물어봤는데, 의미를 알고 나서 한숨부터 나왔다. 노키즈존(no-kids-zone). 미취학 아동의 출입을 금하는 장소라는 뜻이다. 물론 아이들에게 위험한 장소라서 어린이 출입이 금지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최근 추세를 보면 보통 카페, 음식점 등에서 노키즈존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너무나 바빠서 여유가 없다. 그것은 십분 이해한다. 그 와중에 조그마한 여유와 고요함이라도 찾으려 들른 곳에서 아이들이 시끄럽게 군다면 눈살이 찌푸려질 만도 하다. 이 또한 이해한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 아무리 개인의 여유가 존중되지 않는다지만 그것을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강요해야 하는 것일까? 어른들의 자기중심주의, 이기주의가 안 그래도 부족한 아이들의 공간을 더욱 좁혀버리는 것은 아닐까? 유모차를 끌고 들어갈 수 없는 음식점, 휴게음식점도 많은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굳이 아이를 데려갈 수 있는 공간마저 어른들의 여유를 위해 아이들에게 닫아 놓아야 하는 걸까?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길거리에 유모차를 끄는 부모와 혼자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을 자주 볼 수 있다. 심미적으로 좋지 않다 하여 원래 있던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도블록마저 철거해버리는 곳도 있는 우리나라와는 아주 다른 사회적 인프라다. 사회적 약자는 배려해줘야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이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 아닌가. 하지만 잘 실천되지 않는 상식이기도 하다.
 
아이들도 다 자기의 생각, 기준, 자존심이 있다. 하지만 똑똑한 엄마들조차 본인의 정의에 대한 기준을 확신하며 아이에게 주입하려고만 한다. 아이들은 어른들만큼 세상을 오래 살지 못했고, 그렇기에 아는 것도 많지 않고 본능에 따라 행동한다. 아이들은 가르쳐야 하지만, 그것은 집 안에서 말로만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많이 듣고 보고 경험하며 배워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너무나 기본적이라 설명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다. 사회성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사람이 많은 곳, 예의를 지켜 조용히 해야 하는 곳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경험하고, 배워야 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반복해서. 하지만 노키즈존이 확대되고 우리는 어린아이가 사회성을 배울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일고여덟살 먹은 아이가 음식점 바닥에 드러 눕는 것을 보며 저 나이 먹도록 부모가 어떻게 가르쳤길래, 하고 혀를 차지만 그 아이가 이전까지 사회에 대해 어떤 경험을 했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의 인권은 대체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는가? 아이들에게,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는 책임이 있고 의무가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가 희망찬 사회는 이루어지길 바라며 아이들에 대한 책임과 의무에서 회피해서는 안 된다. 모든 아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합의가 필요하다. 아직 어린, 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아이들을 배려하고 아이 개개인의 특성을 존중하여 교육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는 더욱 더, 그리고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구미경 대전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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