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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부부 평생 소원 이루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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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0.03.01 19:06
  • 기자명 By. 뉴스관리자 기자
“평생을 어둠속에서 살고 있지만 오늘만큼은 아내의 하얀 웨딩드레스가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군요….”

태어날 때 부터 양쪽 시력을 잃고 불편하게 살고 있는 박홍도(53·시각2급·안남면 화학리)씨와 선천적 언어 장애에도 불구하고 그의 손과 발이 돼 주고 있는 아내 김영분(45·언어3급)씨.

26일 오전11시 옥천군과 옥천군장애인연합회(회장 도창재)가 마련한 ‘제8회 장애인 동거부부 합동결혼식’에서 박씨는 30여년간 메고 있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사진)

이날은 김씨의 평생 소원이었던 웨딩드레스를 입게 된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제적 어려움과 세상의 시선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없어 포기하고 살았던 결혼식을 드디어 올리게 됐다.

세상을 볼 수 없는 박씨와 세상에 말을 할 수 없는 김씨는 30여년 전 외로웠던 생활을 접고 지인을 통해 인연을 맺은 후 서로에게 말동무가 되고 눈과 손발이 돼 상대에게 언제나 큰 힘이었다.

시력을 잃지 않고 말을 할 수 있다면 가질 수 있는 직업도 이들에겐 감히 생각지도 못하는 일들이었다.

이들은 겨우 정부보조금으로 생계를 꾸려나갔고 이웃의 도움으로 생활해 경제적 어려움을 안고 살았다.

박 씨는 “내가 앞을 볼 수 없어서 그런지 말(言)소리가 아닌 아내의 서툰 소리를 알아듣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지금은 아내의 헛기침 소리만 들어도 무엇을 할 것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 수 있다”고 부부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또 박씨는 “나한테 내색은 안 했지만 웨딩드레스를 입혀 주고 싶었다. 내가 볼 수는 없지만 우리 아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인 것 같다”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특히 빠듯한 살림에 힘들게 키운 2녀 1남의 자식들이 반듯하게 커 줘서 이젠 두 딸은 직장에 다니고 막내는 고3에 올라 이들 부부에겐 더 없는 보람이라고 한다.

이번 합동결혼식은 박홍도, 김영분 부부를 비롯한 김명주(78·옥천읍 죽향리·시각3급) 이순임(70·여·시각6급) 부부, 전성한(75·시각6급·옥천읍 장야리) 이한순(67·여·시각6급) 부부 등 3쌍 6명이 올리게 됐다.

가족들과 참석한 이들의 축하 속에 옥천군여성단체협의회(회장 박수화)와 목련라이온스클럽(회장 강은예)에서 이불과 시계를, 진달래가든(대표 전현자)에서는 야외사진촬영, 전북렬 (사)대한노인회 옥천군지회 노인대학장은 무료로 주례를 서주기도 했다.

한편 합동결혼식을 올린 이들은 결혼식을 마치고 자원봉사단체의 도움으로 가까운 보은군 속리산 법주사로 신혼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옥천/최영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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