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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에] 한울타리 행복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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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2.17 17:0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겸임교수

시골집에 가면 마을 경로당을 종종 찾는다. 마을 어른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쌀이나 과일 등 간식을 전달하고 인사를 드리면 쌍수를 들어 반겨주시는 어른들의 모습에서 진한 사랑을 느낀다.

경로당은 어른들이 모여 서로 말벗이 되어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정담을 나누는 휴식 공간뿐 아니라 지역민이 소통과 화합하는 공간이기도하다. 때로는 고스톱을 치는 경우도 있고, 집에서 며느리가 해준 음식을 나눠먹는 정겨운 풍경도 목도한다.

건강 100세 시대에 자식들 객지에 떠나보내고 썰렁한 집보다 더 편안하고 안락한 곳이 마을경로당이다. 지역 어르신들의 놀이공간이고 소통의 공간이요 정을 나누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마을의 대소사를 함께하고 인생의 지혜를 나누는 진정한 쉼터이다.

나는 어머니께 늘 하는 얘기가 있다. 어머니께 용돈도 드리고 생활필수품 등 모두 사드릴 수 있지만 건강은 대신해 줄 수 없으니 건강관리는 어머니께서 잘 하시라는 주문이다. 요즘 들어 아들 얘기를 귀담아 들어 주시고 병원에 자주 가시는 어머니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구순이 가까운 어머니를 생각하면 시골에 경로당이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경로당에서는 젊은이가 밥도 짓고 청소도 한단다. 도대체 젊은이가 몇 살이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80초반이란다. 웃음이 절로 나온다. 자식들은 저마다 객지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경로당이 없었더라면 어찌했을까.

시골마을의 경로당은 노인복지차원에서 아주 바람직한 행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경로당이라고 긍정적인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경로당은 도배·장판에 곰팡이가 피고 헤진 채 방치되거나 제대로 환기가 되지 않아 칙칙한 냄새가 진동해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곳도 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몸 상태 때문에 소파가 비치되어 있지만, 훼손되거나 망가진 채 그대로 사용되고 있어 마음 한 구석 씁쓸하기도 했다. 때론 적막감이 흐르는 가운데 건강이 좋지 않은 분도 있다. 어른들과 말씀을 나누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면 아쉬운 표정을 짓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접하곤 한다. ‘말동무에 얼마나 메말라 하셨을까’하는 생각에 가슴이 저려오기도 한다.

실내 환경이 이렇게 열악한데 실외환경은 어떨까. 노후 된 건물이다 보니 균열된 곳, 오랜 기간 도색을 하지 않아 실내가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경로당의 현주소에 대해 혹자들은 “운영비를 충분히 지원해주고 수시로 살펴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거나 “극히 일부의 모습”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시각에 따라 엇갈린 반응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경로당은 더 변해야 한다. 변화를 위해서는 국가의 예산지원이 필수지만 우리 모두의 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한 경로당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 개발과 확대에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의 접근성이 높은 경로당의 강점을 살리되, 노인의 종합적 여가시설인 노인복지회관과 연계하여 경로당에 여가선용 및 건강관리 프로그램 등을 공급하여 경로당의 효과적인 운용을 기하도록 활성화 해야겠다.

방문간호사나 보건지소 기간제 간호사들이 지역경로당을 1년에 한 차례씩 방문해 어르신들의 건강을 살피고, 건강교육에 나서는 ‘건강한 경로당 사업’도 방문횟수를 늘려야 할 일이다. 경로당의 다양한 문제는 이제 현장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가족처럼 따뜻하게 반겨줄 경로당의 변신을 위해 애정 어린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의 미래, 지금부터 하나하나 개선에 나서 따뜻한 안식처가 되도록 힘쓰자.

우리는 65세 이상이 14%나 되는 고령화 시대에 살고 있다.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경로당은 도시는 물론 농촌 어르신들에게는 건전한 여가 선용의 장으로 마음의 안식처요 생활의 터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지금의 7, 80대 어르신들은 평생을 살아오면서 수차례 어려운 국난을 극복하셨고, 조상 대대로 이어온 찌든 가난을 물리치고 오늘의 토대를 마련한 분들이다. 국가에서 이에 보답하기 위해 여러 가지 복지 정책과 함께 여생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전국 마을마다 경로당을 지어주고 매년 많은 운영비까지 지원하고 있다. 우리는 노인 복지에 담긴 깊은 뜻을 헤아려 마을 경로당이 잘 운영되도록 하고 어르신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되겠다.

100세 시대를 맞아 어르신들의 쉼터역할을 하는 경로당이 자긍심을 갖고 사회에 참여하는 진정 ‘한울타리 행복의집’으로 거듭나 어른들의 안식처가 되길 소망해 본다.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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