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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 선택과 결정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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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1.16 15:4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같은 날, 구인사 행사에 참여 하는 일과 지인의 결혼식 가는 것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전자는 새해가 들었으니 가족의 안녕과 소구소원할 일이 꼭 있어 행사에 참여해야 하고, 후자는 직장에서 같이 근무했던 여교사가 결혼을 하여 예식장에 가서 축하를 많이 해주고 싶어서다. 이럴 때는 애정남이 ‘짠’하고 나타났으면 좋겠다.

‘애정남’은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의 약자로, 예전에 개그콘서트에서 가장 인기가 있던 코너였다. 애정남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결정하기가 애매한 문제인 ‘시식코너기준’ ‘연예유효기간’ 등 어떤 기준을 결정해주면서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웃음을 주었던 프로였다.

살아가면서 어떤 것을 선택하고 무엇을 결정하기가 쉽지는 않다. 나이 들어감에 따라 사색하는 일은 많아지는데 남에게 싫은 소리 듣지 않으려고 조심하게 되고 고민하고 그러니 자연히 자신감도 없어지고 소심해진다. 만만하니 가까운 사람에게 믿는 구석이 있으니 투정을 부려볼 뿐이다. 투정뿐이던가 거친 말투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어디 한 두 번 이었을까. 이제 한해 한해가 다르다.

시간이 변하게 만들고 뇌의 노화에 따라 판단력이 흐려지고 건망증은 당연히 심하다. 뇌는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신경세포가 미로처럼 얽혀있는데 신경세포간의 교류가 신속하고 원활해질수록 몸이 유연해지고 사고의 통합능력이 좋아진다고 한다. 그런데 뇌의 어떤 부분은 너무 많이 사용해 지나치게 과열되어있고 또 어떤 부위는 거의 사용하지 않아 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것 같다. 복잡하고 고민이 생겼을 때는 내 머릿속도 무거운 느낌이 든다. 이럴 때는 열손가락을 세워서 이마부터 옆머리로 하여 정수리까지 두드려주면 혈이 막 도는 느낌을 받아 시원하다. 노화가 어디 뇌뿐인가 몸과 마음도 함께 노화가 온다.

며칠 전, 거울 속의 내 얼굴을 자세히 보게 되었다. 깜짝 놀랐다. 주근깨와 기미투성이인 얼굴을 바라보며 도대체 중년여인의 얼굴인가 싶었다. 여름땡볕에 나무와 풀과 꽃을 가꾸느라 돌 볼 새도 없다가 아니 그간 살아온 삶의 무게라고 말하기보단 게을렀던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여자나이 40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오래전에 읽은 글귀가 50도 훨씬 넘은 나이에 슬그머니 떠오르며 긴장이 되었다. 나의 잘못된 습관으로 인해 만들어진 주근깨와 기미가 많은 얼굴을 보며 한심 그 자체였다. 조금만 더 부지런했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자신의 얼굴에 투자는커녕 조금도 노력도 하지 않은 나 자신이 창피했다. 탄력 있고 탱탱한 고운 꿀 피부를 갖고 싶어 하는 것은 많은 여자의 소망일 텐데.

이참에 병원에 상담하러 가기로 마음먹고 혼자서는 자신이 없어서 가깝게 지내는 언니와 동생과 함께 나섰다. 처음 간 날 바로 IPL, 재생 피부 관리에 들어갔다. IPL은 다양한 파장의 빛을 사용하여 여러 피부질환을 동시다발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레이저 치료다. 의사가 기구를 들고 눈을 가린 얼굴부분 여기저기 쏠 적마다 따끔따끔하며 빨간 불빛이 퍼졌다. 잡티가 얼마나 많은지 꽤 여러 번을 쏘고 나니 피부관리사가 얼음찜질을 하고 맛사지를 해주었다. 세 번의 프로그램으로 맑은 피부가 탄생한다고 하는데 얼 만큼 시간이 지나야 깨끗한 피부로 변하게 될는지 기대가 되었다.

나이가 들면 몸에 여러 가지 변화가 오는 것은 당연하고 노화도 자연스럽게 온다. 물론 먹고 있는 음식 중 가공식품이나 환경호르몬과 스마트폰 전자파로 인하여 몸속에 독소가 쌓여 피부트러블이 생기고 여러 가지 성인병이 생기기도 하지만 건강한 음식을 먹고 건강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면 혈관 속 노폐물은 저절로 청소되어 IPL을 받지 않아도 얼굴은 자동으로 뽀얘 질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긴 고민을 정리하고 꼭 가야 할 결혼식에 가서 축하하는 일로 결정을 내리고 다녀왔다. 예쁜 신부 보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구인사는 늘 그 자리에 있으니 좀 늦을 뿐이지 언제라도 가서 나의 소원을 빌어 보련다.

세상 살면서 어떠한 일을 놓고 선택하고 결정할 일이 어디 한두 가지뿐일까. 그래도 새해 들어서 지금까지 가꾸지 않던 얼굴을 50중반이 넘어 책임져 보겠다고 선택한 용기가 가상하여 나 자신에게 박수를 보낸다. 살면서 나의 일상은 내가 만들고 내가 살 인생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 또한 나의 몫이니 ‘애정남’이 정해주지 않아도 늘 현명한 결정으로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기를 소원해본다.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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