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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개헌안 미흡한 점 국회 논의로 메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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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3.26 16:12
  • 기자명 By. 충청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개헌안을 발의했다. 청와대발 개헌 열차가 출발했다. 다음 역은 국회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야당은 개헌 논의에 동참하기보다 당리당략에 파열음만 내고 있다. 그러나 지방분권과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없애야 한다는 대원칙에 동의한다면 싸울 게 아니다. 머리를 맞대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헌하라는 국민의 요구다.

‘청와대 개헌안’이 촛불민심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대선 때의 약속대로 오는 6월 지방선거에 개헌 투표를 함께 반드시 치러야 한다는 대통령의 주장엔 명분이 있다. ‘어차피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라는 대통령의 인식은 적절하고 타당하다. 대통령 개헌안에 지방분권에 대한 국민들의 염원이 상당부분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야 말로 개헌의 골든타임이라 하겠다.

이번 개헌의 주된 목적이 대통령제의 오랜 폐단을 없애겠다는 것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개헌안은 정부의 법률 제출권을 제한하고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하는 등 국회의 정부 통제권을 강화했다.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헌법 문구를 삭제해 총리가 행정 각부를 통할하도록 해 실질적인 ‘책임총리제’를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통령에게 편중된 권한을 국회 등에 다양하게 분산하는 방안을 어느 정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권력 분산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이 해소될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총리만 해도 지금의 헌법이 보장하는 권한조차 제대로 행사한다고 보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분산하고 감사권을 독립기관으로 분리하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현행 헌법이 미흡한 게 아니라 그것조차 지켜지지 않는 우리 현실이 문제다. 비록 진일보한 개헌안이라고 해도 그간의 관행으로 볼 때 미덥지 않다.

‘지방분권’도 그렇다. 자치와 분권의 진일보라고는 하지만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이라는 기대에는 못 미친다. 분권의 핵심인 자치입법권이나 자치재정권이 그렇다. 자치입법권의 경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정할 수 있도록 한 기존 조항을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로 바꿨지만 결국 법률의 위임 없이는 지방정부가 정할 수 없다는 주장아 그래서 나온다. 자치재정권 역시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라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그래서 그 배경이 더 아쉽다.

솔직히 말하자. 지방정부를 못 믿겠다는 거 아닌가. 중앙에 권력과 돈, 인력 등 모든 것이 집중된 현 국가 체제가 한계에 다다른 만큼 지방분권으로 나라 운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취지라면 지방정부를 믿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지방정부를 신뢰할 수 없어 자치입법권이나 자치재정권을 묶겠다는 것이라면 유감스럽다. 지금과 같은 상황을 초래한 중앙정치의 폐단을 답습하는 것과 무에 다른가.

그래도 대통령 개헌안은 지역이 사정에 따라 맞춤한 정책을 수립 시행할 수 있는 헌법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권력구조 개편도 대통령 권한 내려놓기에 초점을 맞춘 고민의 흔적이 느껴진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야당은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자체를 문제 삼을 게 아니라 개헌의 내용을 두고 본격적인 논의에 임해야 한다. 대통령 개헌안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국회에서 채우면 된다.

국민의 개헌 요구는 높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대통령 개헌안 발의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60%에 달했다. 여론이 모이고 있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민의를 수렴해 개헌안을 완성하는 게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이다. 입만 열면 ‘국민의 뜻’을 강조하는 정치권이 그 뜻을 외면해서야 되겠는가. 고쳐야 할 것은 보완해 온전한 헌법을 만들라는 게 국민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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