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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국인은 이해 못하는 폴 라이언의 귀향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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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4.22 16:5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4월 한 달간 쏟아진 무수한 뉴스들 가운데 미국공화당 의회 1인자인 폴 라이언(48) 하원의장이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오는 11월 예정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마침 한국 땅에서 지방선거전이 달아오르고 있는 시점이어서 그런지 그 뉴스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실 나는 그를 잘 모른다. 이번에 일제히 보도된 뉴스를 보면서 비로소 그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됐다. 보도를 접해보니 과연 신문 1면에 소개된 이유를 알겠다. 
 
그는 미국 공화당 40대 기수론의 선봉에 서 있는 인물로 20년간 10선을 달성해 하원의장직을 맡고 있고, 미국의 차세대 지도자로 조명 받고 있는 인물이다. 2012년 대선 때는 롬니의 러닝메이트 부통령으로 출마했던 이력도 갖고 있다. 중간선거에 출마할 경우, 당선이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공화당 전체의 선거를 진두지휘할 인물로도 지목되고 있었다. 그런 그가 돌연 정계 은퇴와 함께 중간선거 불출마를 발표했다. 
 
그가 정계 은퇴를 선언한 이유는 정치활동을 위해 가족과 떨어져 사는 현재의 생활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 놀라움은 더욱 컸다. 그는 더 이상 주말에만 10대인 세 자녀의 아버지 역할을 하는 현재의 생활방식을 지속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내 및 자녀들과 가족생활에 충실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자녀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가지며 아버지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정치를 포기하겠다고 했다. 
 
일부 언론은 그가 같은 당 소속인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큰 좌절감을 느껴 정계를 떠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것이 전적인 이유가 못 되더라도 부분적 이유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만 해석하기에는 그를 둘러싼 환경이 너무도 긍정적이다. 트럼프야 흘러가는 인물일 수 있지만 폴 라이언은 뜨는 인물이고 이미지 관리도 잘 돼 있다. 트럼프와의 견해 차이, 트럼프에 대한 좌절감만으로 그의 정계 은퇴를 해석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우리가 그의 귀향 결정에 대해 애써 이면의 의미를 찾으려 하고 있는 것은 다분히 한국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다른 이유를 찾으려는 것은 그의 결단이 우리의 상식으로 납득되지 않기 때문이다. 입신과 출세를 지상의 목표로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들은 가족 구성원들과 누리는 행복을 세속적 성공의 후순위로 생각한다. 성공할 수 있다면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한국인들의 생각이다. 성공하지 못하면 행복할 수 없다는 심한 편견도 갖고 있다. 
 
하지만 성공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성공지상주의에 사로잡혀 하염없이 높은 곳으로만 오르려 하는 한국인들의 의식구조로는 승리가 확실한 선거를 목전에 두고 귀향을 택한 결단을 이해하기 어렵다. 폴 라인언은 고향으로 돌아가 아내, 자녀와 더불어 행복한 시간을 보낼 것이다. 당사자인 그는 앞으로 전개될 행복한 나날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인들은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행복을 찾아가는 그를 염려하고 있다. 어렵게 얻은 성공의 길을 단숨에 내려놓고 소시민의 길을 걷고자 하는 그를 걱정하고 있다. 권력을 움켜쥐고 있던 사람이 그것을 놓으면 큰일이 나는 줄 알고 있다. 라이언은 그의 아내, 자녀들과 더불어 더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가 내린 결정이 이해될 때 우리는 비로소 행복의 의미를 깨우쳤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은 행복하면 불안해하는 묘한 습성을 갖고 있다. 행복은 마냥 뒤로 미룬 채 힘겹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의미 있는 일이란 얼토당토않은 착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인내와 고통은 거룩하고, 쾌락과 행복은 비천하다는 그릇된 사고의 틀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행복은 멀고, 크고, 대단한 존재라는 착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일상 속에서 가족과 함께 누리는 소소한 행복을 즐길 줄 아는 한국인이 돼야 한다. 가까운 행복, 소소한 행복은 행복이 아니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우리 삶이 즐거워질 수 있다.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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