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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정폭력으로 부끄러운 가정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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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5.02 16:06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번 주말에서 다음 주 초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이어진다. 그러나 가정폭력으로 얼룩진 가정의 달을 맞는 우리의 마음은 착잡하다. 올해 초 다섯 살 딸의 시신을 유기하고도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의 고통’을 연기한 고준희 양 부모의 뻔뻔스러움은 분노를 자아냈다. 광주에서는 어머니가 삼남매가 자고 있는 집에 불을 내고, 20대 사내는 동거녀와 2살, 3살 자녀를 멍들도록 때렸다가 징역형을 받았다.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경제능력이 없는 부모에게 생활비를 대주지 않는 노인학대는 어디 하나둘일까. 어두운 가정폭력의 그림자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가정폭력이 줄어들기는커녕 해마다 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집계한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3만4185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100건에 가깝다. 2015년 1만9214건, 2016년 2만9669건 등 매년 증가추세다. 가정폭력도 112 신고 건수가 2013년 16만272건에서 2017년 27만9058건으로 약 12만 건 증가했다. 예전에는 가정폭력을 가족 문제로 여겨 쉬쉬했다면 의식이 점점 변화하면서 가정폭력을 범죄로 인식하고 신고가 증가했다는 게 관계기관의 분석이다.

노인학대도 아동학대처럼 사회적 관심이 늘면서 수면 아래의 사례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노인학대는 특성상 아들, 배우자, 딸 등 직계 가족이 관련돼 있다. 학대 가해자는 아들이 가장 많고 배우자, 딸 순이라는 통계도 있다. 특히 최근엔 경제적 학대가 노인을 더욱 지치고 힘들게 한다. 따로 사는 자식이 때만 되면 나타나 노령연금 등 생계비를 몽땅 가져가거나, 부모를 모시겠다고 속여 집을 팔게 한 뒤 나 몰라라 해 늙은 부모가 길거리로 나앉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신고가 안 된 것까지 합친다면 가정폭력은 가정 내에서 더욱 곪아가고 있다고 보여진다. 노인학대의 경우 ‘학대 경험 시 어떻게 대응하겠느냐’는 복지부 설문조사에서 40.7%만 경찰 등에 신고하겠다고 답했을 뿐 나머지는 참거나 이웃에 도움을 요청하겠다는 응답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여기에 생활고에 따른 동반자살까지 감안하면 우리 사회가 과연 어린이들을 제대로 안전하게 키우는 사회인지, 가정은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아동학대는 어린이의 마음과 인격 형성에 큰 상처를 입히는 범죄다. 학대당한 어린이는 밝고 건강하게 커나갈 수 없다. 아동학대는 더 이상 가정 내 문제로 방치할 수 없을 만큼 위험수위에 달했다고 보여진다. 학대 당한 자녀가 자라서 가정폭력을 휘두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가정이 붕괴되고 살림살이가 어려울수록 가정폭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폭력 피해를 당하는 가족을 발견해 치료해주고 가정폭력 예방을 담당하는 보호전문기관을 늘리는 게 급하다. 우리나라는 가정폭력을 막을 법률 시스템은 갖췄지만 서비스 부분은 부족한 게 현실이다. 학대 받는 아동·노인·여성 등 보호 서비스 간의 협력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좋은 부모가 무언지 교육도 필요하다.

가정폭력 문제 해결이 어려운 것은 피해자들이 가정 문제로 여기고 숨기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과 사회단체들이 우선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가정폭력을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가정 복원을 위한 충분한 재정적, 제도적 정책 마련을 하는 것이 시급하다

가정의 달을 맞으면서 과연 우리의 가정은 건강한가 돌아볼 일이다. 건강한 가정이 많아야 사회가 건강하고 사회가 건강해야 국가 역시 건강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다. 가족과 가정의 의미가 갈수록 퇴색해가는 지금 가정의 달의 정신을 되새겨야 하겠다. 가정의 달을 맞아 모든 가정이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보금자리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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